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을 포함한 해외투자를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그래도 해외투자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미국이 한국보다 더 젊은 인구구조를 가졌고, 신경제를 만들어 가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먼저 달러약세 배경을 보면 미국의 부채한도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한도인 20조 달러에 육박해 있고, 그 한도를 올려야 한다. 사실 공적 연기금의 부실규모를 감안하면 23조 달러에 이른다. 정부가 빚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자지급 부담이 있으니 금리 인상을 망설이게 된다. 또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사 주면 나중에 미국 정부의 원금 상환 능력에 문제가 생길 경우 탕감해줄 수 있지 않은가. 즉 오히려 양적완화를 더 하고 싶은 충동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망설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이 급하게 무너지면 세계경제의 급소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원자재는 기축통화인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로 가는 만큼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중국도 최근 구리제품의 고철 수입을 금지시켰다. 구리를 재활용하기보다는 신규 수요를 유발시켜 가격이 부양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헤게머니를 놓고 싸우지만 공동의 이익 앞에서는 협조하는 모습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미국정부가 시중에서 급하게 통화를 환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 만큼 투자자들은 금융자산 가격 버블을 더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은 신흥시장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좀 더 큰 위험을 개의치 않고 고수익에 탐을 내는 것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가 2013년부터 급락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가치는 98년 아시아 위기, 즉 우리가 기억하는 IMF사태 당시보다 더 낮아진 상황이다. 그 이유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며 신흥국가들로 유입됐던 자금을 빼내기 시작하면 부도 위험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그럴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 회복에 관심을 갖는다. 최근 아시아 증시 강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흥시장 채권금리는 아직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인플레는 낮게 유지된다. 그 결과 실질금리가 높다. 만일 통화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담할 수 없다. 신흥시장, 즉 이름 그대로 새롭게 성장해야 할 그 곳에서 인플레가 왜 낮을까? 경제가 죽었음을 의미한다. 구경제에 갇혀있고, 지금 침몰 중임을 시사한다. 그 위험이 통화의 가치를 더 끌어 내릴 수도 있다. 지금처럼 유동성 잔치를 하는 동안 짧게, 단기 채권 투자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장기 투자는 위험하다.
한국도 같은 맥락이다. 어쩌면 구경제 노출이 가장 심한 국가다. 지금은 삼성전자 효과 때문에 주력 기업들의 경쟁력 상실과 부가가치 하락에 따른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중소기업이 성장해서 빈 자리를 메워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가운데 대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기업에 종속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무너지면 중소기업들도 함께 쓰러진다. 그래서 부랴부랴 신경제를 찾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및 정책은 너무 느리고 갑갑하다.
지금 신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이 부의 불균형으로 인해 서민을 지원하느라 정부 빚은 늘고 있지만 민간기업들은 강해지고 있다. 그 만큼 부가가치를 끌어 올 수 있고, 달러가치를 높일 수 있다. 원화가치 강세를 믿지 않는다. 한국의 소비자들과 기업들이 함께 늙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 돈이 투자될 수 없다. 돈은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것이다. 해외에는 노인들에게 적합한 안전 자산들이 많다. 해외자산을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