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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가 필요한 세상

등록일 2017-07-18 02:01 게재일 2017-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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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단, 아프지 말고 오래 살아야 하지 않겠나. 사람은 늙을수록 통증을 달고 산다. 특히 노인들은 면역체계가 약해져서 암에 걸리기 쉬운데 암 투병에는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암 투병을 하셨던 친구 아버님께 문병간 적이 있었는데 어금니가 다 부러지셨다고 했다.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으셨던 것이다. 암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인가?

정신적인 우울증도 문제다. 지금 노령화되고 있는 세대는 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경제의 고성장을 일궈낸 분들이다. 즉 일 중독에 빠져 살던 사람들이다. 이제 은퇴를 하고 난 후 그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다. 특히 세계경제가 저성장에 시달리고,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울증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달래기 위해 마약에 빠진다. 이스라엘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같은 경우 이미 대마는 합법이다. 통증이 심해질수록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게 된다. 마약은 뇌의 수용체에 잘 달라 붙어 뇌신경으로 전달되는 통증을 가려준다.

문제는 역치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즉 사용할수록 뇌의 수용체가 세포 속으로 숨어 버려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약물을 주입해야 한다. 우리가 진한 냄새를 맡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둔감해지고, 그 냄새를 다시 맡으려면 더 강한 자극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환각 효과로 인해 중독된다. 마약은 신경전달체계를 건드려 신경에 의해 통제되는 인간의 장기에 악영향을 준다. 심장 같은 장기는 직접 손상시킬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미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마약중독으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나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상회하고 있다. 2014년경 마약성 의약품 처방도 1999년에 비해 4배나 증가했고, 그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도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오하이오주는 퍼듀(Purdue)나 엔도(Endo)와 같이 마약성 진통제를 파는 5개 제약사들이 과장 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이런 마약성 약물의 문제들이 미국만의 이야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통증의 문제는 이제 신흥시장의 고민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 마약성 진통제 시장이 크게 열릴 것이다. 미국 식약처(FDA)는 화이자(Pfizer)와 릴리(Eli-Lilly)가 공동 개발하는 비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우선 심사해줄 수 있는 특권(Fast Track)을 주었다. 그 정도로 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비 마약성 진통제 개발에서 효과를 내고 있는 업체들을 주목해야 한다.

한편 진통제가 모든 환자들에게 똑같이 듣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진통제뿐만 아니라 모든 의약품에 맞춤형이 필요하다. 위암 같은 경우 5년 생존율이 65%까지 올라왔다. 특정한 암세포에 작용하는 약들이 개발된 덕분이다. 또한 면역항암제 가운데 머크(Merck)사의 키투르다(Keytruda)라는 제품과 BMS사의 옵디보(Opdivo)는 비슷한 약물이지만 임상결과가 달랐다. 대상 환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즉 환자가 자신에 맞는 약을 찾아야 살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제약사 입장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는데 맞춤형 때문에 환자수가 줄면 수지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유전자 분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환자가 정확한 처방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맞춤형이 될수록 고부가 산업이라는 것이다.

이제 개개인이 복용하는 의약품, 음식, 운동방법, 생활습관, 진통제, 피임약에 이르기까지 각자 유전자(DNA)에 맞게 선택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미국은 유전자 차별금지법(GENA)을 마련해서 유전자 분석에 대한 걸림돌을 제거했다. 다른 국가들도 이런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맞춤형을 찾기 위한 유전자 해독 및 진단업체들에도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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