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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일자리

등록일 2017-07-11 02:01 게재일 2017-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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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로봇을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도구`로 정의하면 그 효시는 1960년대 개발된 현금인출기라고 생각된다. 그 당시 많은 은행원들이 실직할 것으로 우려했으나 은행원은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결과만 보고 “자동화를 걱정할 필요 없다. 로봇은 일자리를 더 늘려줄 것이다”라고 근거 없는 낙관을 늘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로봇은 인간의 직업을 뺏지도, 더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단순히 인간에게 일할 시간을 더 제공할 뿐이다.

다행스럽게 신은 인간을 일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로봇 덕분에 인간은 놀지 않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인구노령화에 따른 저성장으로 인해 그 늘어난 부가가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수요가 없으면 만들려는 의욕은 떨어진다. 결국 인간의 일자리는 인간이 결정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다행스러운 것은 로봇이 인간의 수요를 만들 수 있을 만큼 똑똑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의미 있게 비용을 절감시켜 인간의 구매력을 높여주거나 또는 구매 의욕을 잃은 은퇴한 노인들조차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사고 싶은 서비스를 로봇이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는 로봇이 제대로 인간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게 되었다.

인간이 이렇게 놀라운 로봇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맞춤형 서비스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만든 것을 다 팔 수 있었으니까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제조업 중심이었지만 저성장으로 넘어오면서 가려운 데를 긁어줘야 팔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로봇을 통해 그런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면 시장이 열리는 시대가 되니까 더 똑똑한 로봇들이 인간의 노력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

지멘스가 뉴욕-워싱턴 간 열차의 지연을 900개 센서를 투입하여 해소한 사실은 인공지능의 성공적 적용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근 로봇이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분야는 발전소나 플랜트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신재생 발전소는 효율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는데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이 인간보다 훨씬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로봇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그의 특기인 연산능력을 앞세워 과거 데이터의 패턴을 찾아 판단을 한다. 그래서 과거가 미래에 잘 반복되는 자연과학에서는 로봇이 힘을 발휘한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회과학에서는 덜 효과적이다. 투자 프로그램인 로보 어드바이저 성과도 같은 이유로 아직 저조하다. 따라서 인간과 로봇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열리고 있는 로봇시장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 그 자체는 도구일 뿐이다.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오픈 소스(open source)라는 것이다. 따라서 차별성은 데이터를 갖고 있거나 이를 쉽게 갱신(update)할 수 있는 곳에 있다. 아마존의 성장이 아직 끝나지 않은 대목이다. 한편 지금처럼 로봇의 보급 초기에는 IT인프라 관련된 부품과 장비들, 즉 반도체같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제품도 수요 증가세가 워낙 두드러지기 때문에 재미를 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차별성 있는 센서나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가 옮겨갈 것이다. 특히 기계가 말을 할 것이다. 인간은 듣는다. 과거 “비디오 스타가 라디오 스타를 죽인다”는 영화가 있었지만 이제는 죽었던 라디오 스타가 돌아올 수도 있다. 듣는 것은 보는 것보다 느리지만 편하다. 특히 급증하는 노인들에게는 더욱 유용하다. 이제는 지쳐버린 눈을 귀가 도와야 할 때다. 따라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이를 다시 아날로그로 변환할 줄 아는 역량을 지닌 기업들이 약진할 것이다.

한편 환자들의 병력만 주어지면 잘 관리해서 맞춤형 해법을 주는 바이오 서비스도 로봇이 가장 잘 일할 수 있는 분야다. 그렇다면 로봇에 의해 대체되는 구 경제는 무엇일까? 자동차 주가가 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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