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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할 노동의 풍경

등록일 2017-07-07 02:01 게재일 2017-07-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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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돈이나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을 합니다. 그런데 일을 해도 돈을 주지 않는 미래가 온다면, 심지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노동을 하게 될까요, 만약 노동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일까요. 더욱이 우리는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까요? 지금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 우리에게 노동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사람들이 돈이나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을 합니다. 그런데 일을 해도 돈을 주지 않는 미래가 온다면, 심지어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때도 우리는 노동을 하게 될까요, 만약 노동을 하게 된다면 무엇을 위해 노동을 하는 것일까요. 더욱이 우리는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수 있을까요? 지금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대통령 선거 때 많은 대선후보자들이 현재의 실업과 노동 문제에 대해 저마다의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과학과 공학기술이 발전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여 `노동`을 생각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현재 노동은 변화하고 있고, 미래의 노동은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일 보일 것입니다. 변화하는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의 과학과 공학기술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도래할 과학기술의 근간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입니다. 두 기술은 연동되어 있습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중심으로 이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아, 그 전에 자율주행자동차와 무인자동차의 차이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군요. 무인자동차는 말 그대로 무인이어서 자동차에 사람이 타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자율주행자동차는 사람이 타고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하는 것입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드론은 무인자동차에 해당하고, 자동항법장치로 운행되는 여객기는 자율주행자동차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율주행자동차가 실현되려면 우선 지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모든 도로를 스캔하고, 이것을 지도로 만들고, 또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로 상황에 맞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합니다. 이것을 맵핑이라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관리하고 생성하는 것을 `빅데이터`라고 부릅니다. 데이터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유통되고 저장되는 공간이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입니다. 전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는 구글이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운전을 하면서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신호등에서 멈출 것인지 갈 것인지, 도로에 있는 방해물을 피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인공지능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 무엇보다 스스로 생각한 것을 토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 이것이 지능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지능을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이 곧 `인공지능`입니다.

마쓰오 유타카는 지능의 핵심은 수많은 정보들을 정리하고 공통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인공지능과 딥러닝`, 동아 엠앤비, 2015). 인간의 지능은 수천 년간의 진화과정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컴퓨터 속에 전부 밀어 넣으면 그 정보를 조합하고 결합하고 압축하는 과정 속에서 컴퓨터 역시 스스로 지능을 가지게 되지는 않을까요? 벌써 30년도 전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이런 상상력을 토대로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다 자의식을 갖게 된 인공지능을 다룬`공각기동대`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고위험군 직업

그런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상상해봤나요?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면 단순 작업을 하는 직업은 사라지고 창의적인 직업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저자 클라우스 슈밥 역시 고위험 직업군으로 텔레마케트, 비서직, 배달직 등을 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예컨대 바둑의 모든 기보를 습득한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죠? 프로기사가 단순 작업을 한다고 할 수 있나요? 인공지능은 결국 정보의 축적을 기반으로 하는 직업, 법률가, 의사, 심지어 소설을 쓰는 작가까지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알파고의 최종적인 목표는 병을 진단하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니까요.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을 때 인간만 고유하게 할 수 있는 창의적 노동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의성 역시 정보의 집적을 통해서 발현되는 것이니까요.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창의성을 보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실용적 낙관론자로 자처하는 클라우스 슈밥은 기술 혁신 속에서 인간은 더 부가가치가 높은 노동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자본화 효과가 파괴 효과를 앞지르는 타이밍과 범위, 그리고 이 두 효과의 치환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 것”(`제4차 산업혁명`, 새로운 현재, 2016, 66면)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하였습니다. 어렵게 들릴지 모르나,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기술 혁신의 속도보다 새로운 노동을 창출하는 속도가 더 빨라야 미래가 낙관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본화 효과 즉 기술 혁신의 궁극적 목표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 기계 스스로 노동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계에게 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고, 임금을 주지 않으면 수익은 훨씬 늘어날 것이고, 기술 혁신을 이룩한 사람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게 될 것입니다.

△도래할 노동과 정치의 역할

▲ 공강일<br /><br />서울대 강사
▲ 공강일 서울대 강사

문제는 이렇게 돈을 번 사람이 돈을 기술에 투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뒤처지면 새롭게 등장한 기술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수 있으니 기술에 투자할 수밖에 없겠죠. 부를 소유한 사람과 기술 사이로 돈이 오고 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왜 문제냐고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투자가 이뤄지면 생산력이 증대되고 생산품의 질이 향상되고 무엇보다 고용을 창출할 수 있게 됩니다. 투자된 돈은 사회 구성원 즉 노동자에게로 돌아가고, 노동자는 이 돈으로 소비하고 그 소비는 다시 투자자에게 되돌아옵니다.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입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투자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닌 기술을 위한 것입니다. 노동자가 경제 주체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기술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죠.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노동자가 없으면 소비자도 없고, 소비자가 없으면 생산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기술발전이 상품의 질을 향상시키지만 그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이것이 현대 사회의 기술발전이 직면한 모순의 핵심입니다.

노동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노동은 단순히 노동자가 투자한 노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노력의 성과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임금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돈으로 환산 불가능한 노동은 없습니다. 이것이 전통적 의미의 노동입니다.

그러나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임금을 받는 노동을 폐기시킬지도 모릅니다. 절망적인가요? 속단하긴 이릅니다. 한편으로는 기회일 수도 있으니까요. 전통적 노동은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한 것이었고, 그 임금을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하였습니다. 그러나 도래할 노동은 임금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를 위해 일하게 될 것입니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자아를 만족시키는 것을 노동의 목표로 삼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냐고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생계유지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주면 되니까요. 이런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정치인이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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