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세계 증시의 급소는 원자재 가격

등록일 2017-07-04 02:01 게재일 2017-07-04 19면
스크랩버튼
▲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증시의 분위기는 좋다. 위험 유발 요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소는 있다. 얼마 전 캐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업체인 홈캐피탈(Home Capital)이 도산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최근 워런버핏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이자는 연간 9~10%를 받게 된다. 그는 6년전 부실에 빠졌던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에 투자해서 재미를 봤었다. 이번 그의 판단은 모기지에서 일시적 부실은 나타날 수 있지만 리만사태와 같은 시스템 붕괴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런데 워런 버핏은 뭘 믿고 그런 판단을 한 것인지, 또 그가 실수할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2015년과 2016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 당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 인플레를 우려했었다. 그런데 에너지 가격이 파격적으로 떨어지며 그 걱정을 덜어줬다. 사실 미국이 의도적으로 셰일가스(shale gas)를 공급하며 유가를 떨어뜨렸던 부분도 있다. 문제는 그 부작용이 즉각 나타났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 관련 기업이 도산하고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급등했었다. 금융위기의 조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그 파장을 따질 필요도 없이 관련 기업들은 기술적으로 부도가 나게 도 있다. 우리나라의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업체가 있었다. 가스 도입 가격이 상승해도 한국가스공사가 보전해 주므로 가스 배급이라는 심부름만 해 주고 안정적인 이윤을 즐겼던 기업이다. 그런데 유가를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했던 2015년 그 기업은 적자를 냈다. 가스공급을 위한 파이프를 비롯해 모든 고정설비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설치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깨달았다. 구경제를 너무 일찍 죽이면 안되고, 그 상징인 원자재 가격도 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돈을 풀고 있고, 심지어 재정정책까지 검토하는 목적이 급소인 원자재 가격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런 버핏은 이런 분위기를 읽고 시중 유동성이 계속 풍부할 것으로 믿는 것이다. 최근 옐런 미국 연준의장은 “우리 생애 동안 또 다른 금융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워런 버핏의 판단에 힘을 실어 줬다.

그런데 최근 유가 하락이 마음에 걸린다. 석유는 대부분 자동차, 선박 등 운송수단 연료로 사용되는데 세계 교역도 감소하고, 전기차가 등장하며 점차 석유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한편 북미 셰일가스 업체들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밑에서 생산원가 부담을 가졌지만 이제는 50불 밑에서도 편안해 하며 공급을 늘린다. 셰일 진영의 빠른 생산성 개선이 OPEC을 압박하고 있다.

지금은 사우디가 감산의 고통을 견디며 유가를 부양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년 초 국영기업인 아람코가 상장 예정에 있어 그 가치를 부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우디가 겨우 감산을 통해 올려 놓은 유가를 리비아, 그리고 셰일업자 등 다른 쪽에서 즐기고 있으니 속이 탈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환경을 고민했던 오바마와는 달리 에너지 개발을 장려하고 있고, 에너지 수출을 통해 고용과 무역수지를 개선하려 한다. 이러한 미국의 이기주의가 에너지 가격을 밀어 내릴 수도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50달러까지 하락했던 시기를 기업들이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의 하락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에너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은 현재 세계경제의 급소다. 모든 정부가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해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을 쓰며 노력하겠지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기업 부실이 예상외로 크게 발생하며 금융기관들이 부실해진다. 그 때는 워런 버핏도 후회할 것이다. 그도 최근에는 많이 틀렸다. 지금은 원자재 가격 변동을 지켜 볼 때다.

김학주 경제마당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