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결혼할 때,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진주를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때의 진주를 `얼어붙은 눈물(Frozen Tears)`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딸이 시집살이 하다가 속상해 할 때, 조개가 자기 안으로 들어온 모래로 인해 받는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진주가 된 것처럼, 잘 참고 견뎌 내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진주는 땅에서 캐내는 보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조개 안에서 만들어진다. 어쩌다 모래가 조개의 몸 속으로 들어가면 깔깔한 모래알이 부드러운 조갯살 속에 박히게 되는데, 그때 조개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렇다고 조갯살에 박힌 모래가 모두 진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모래알이 조개의 부드러운 살에 박히게 되면 조개는 본능적으로 두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우선 모래알을 무시하는 경우인데, 조개가 모래알 때문에 살이 썩기 시작하고, 얼마 가지 않아 그 모래알 때문에 조개가 죽어버린다. 또 다른 경우는 조개가 모래알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받아 들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조개는 `진주층(nacre)`이라는 생명의 즙을 짜내어 자기 몸 속에 들어온 모래알을 계속해서 덮어씌우고, 또 덮어씌운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일년, 이년 동안 계속해서 생명의 즙으로 모래알을 감싸고, 또 감싼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진주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우리의 삶 속에도 이런저런 모래알이 들어 올 때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시련`이라고 부른다. 그걸 이겨낼 때 아름다운 진주를 만날 것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 2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6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74.2%를 기록했다. 문정인 특보의 발언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검증과 관련된 외교인사 논란으로 다소 내렸지만 정권초기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된 지지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지역, 연령, 이념성향, 정당 지지층에서 긍정평가가 여전히 크게 높거나 50%를 상회했다.`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18.6%(매우 잘못함 8.1%, 잘못하는 편 10.5%)에 그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의 회고담이다. 그는 지난 2014년 12월, 서울 마포의 한 식당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그 다음해의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당대표에 나서야 할 상황이었다. 그 때 문 대통령은 한숨을 쉬며 이렇게 개탄했다고 한다. “옛날 민주당이라고 하면 욕도 하고 했는데, (민주당의 행보에) 국민들의 관심이 없다. 정말 심각하다.” 문 대통령 자신이 `비판보다 더 무서운 무관심`이란 위기에 처해있음을 자인하는 말이었다. 그 이후 한동안 민심의 밑바닥을 치던 더불어민주당은 2년여 만에 완전히 탈바꿈했다. `최순실 국정농단게이트` 이후 대통령 탄핵과 5·9장미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는 과정속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며, 개혁이네 혁신이네 부산을 떨었지만 야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지도 역시 폭락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제 TK지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었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는 데, 보수는 부패와 분열을 함께 선보이며 무너졌다. 보수세력이 겪어야 할 혹독한 시련의 계절이 얼마나 이어질지 짐작키 어렵다.
다만 오늘을 만든 게 민주당의 변화나 개혁이 아니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수가 무너진 것은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정치발전이나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가 상생하는 사회를 위해서라도 보수가 새롭게 출발하기를 응원한다. 새로운 모래알을 품고, 아름다운 진주를 빚어주길 바란다. 시련이 진주를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