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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르다?

등록일 2017-06-20 02:01 게재일 2017-06-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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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미국 보스턴에 근거를 둔 GMO라는 글로벌 투자기관이 있다. 그 대표가 예레미 그랜탐(Jeremy Grantham)이라는 사람인데 전형적인 비관론자다.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다르다. 주가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개 이런 닥터둠이 고집을 꺾을 때 주가는 상투라는 이야기가 있다. 문제는 우리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워렌버펫도 입맛을 바꿔 그가 싫어하던 IT관련 성장기업들을 주목할만하다고 밝힌 것이다.

그들은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는 근거로 첫째, 기업들이 저금리 덕분에 인수, 합병(M&A)을 통한 대형화, 그리고 경쟁 완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점, 둘째, 요즘 투자자들이 개별주식보다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져서 개별 종목에서 오는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것, 셋째,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성장을 이끌 IT기업들의 실적이 구체화되었고, 주가지수 내 이들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IT기업의 약진이며,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시스템을 설치할 때 의외로 많은 서버(server)가 필요하다. 데이터를 나눠서 보관해야 하고, 수반되는 계산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단위가 국가만이 아니라 다양한 민간 주체로 다각화되며 효율화될 때 가상 통화 시스템이 본격화될 것이다. 또한 최근 급격히 파급되고 있는 인공지능도 수학에서의 걸림돌이 해소되며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럴수록 IT 인프라는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감이다. 지금까지 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 유동성인가? 아니면 IT 신성장 기업들의 성장 모멘텀인가? 지금 우리의 시선을 끄는 것은 IT기업들이지만 정답은 유동성이다. 많은 분석가들이 흥미로운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요인을 혼동할 때 틀린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유동성 거품이 지속될 수 있을까? 그것은 모른다. 정치적인 논리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에 베팅하는 것은 투기다. 유동성의 원천은 과잉 저축이다. 인구가 노령화되고 노인들은 여생을 위해 저축한다. 즉 돈이 안전한 금융자산을 향한다. 이제는 안전자산에 품귀현상까지 나타나고, 그럴수록 그 수익률은 떨어진다. 이를 못 참고 수익률이 좀 더 높은 위험 금융자산을 사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위험자산까지 거품이 생긴다.

닥터둠의 원조인 마크 파버(Marc Faber)는 거품의 절반이 날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의 태도는 한결같다. 애석한 것은 그의 예상도 지난 몇 년간 계속 틀렸다는 것이다. 사람은 판단할 때 과거의 경험을 기초로 한다. 이것이 인공지능 아닌가? 마크 파버도 구조적인 인구노령화로 인한 유동성의 홍수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나스닥 지수 안에 있는 IT성장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렸다. 그러나 아직 모멘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IT 인프라에 대한 수요 확대는 진행형이고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른다. 인간이 비이성적이 되는 것은 앞날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IT 수요가 정체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투자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며, IT성장주 가격도 의미 있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유동성 거품이 사라지는 그 날이 언제 도적같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 것은 신경제가 구경제보다 안전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거품이 소멸돼 주가지수가 하락하더라도 구경제 기업들이 신경제로 대체되며 도태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단, 그 때를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신경제 기업에 투자하되 각 산업마다 꽃이 필 그 날까지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한 업체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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