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두고 작심발언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저는 강 후보자에 대한 야당들의 반대가 우리 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를 넘어서 대통령이 그를 임명하면 더는 협치는 없다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거듭된 설득 노력에도 야당이 좀처럼 태도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자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대통령의 권한과 국민의 지지 여론을 토대로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을 내세워 장관 임명에 대한 대통령과 국회의 역할과 권한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고, 대통령이 국회의 뜻을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뒤 “장관 등 그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고 못박았다. 또 “과거에는 인사청문 절차 자체가 없었지만 검증 수준을 높이려 참여정부 때 마련했다.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강도 높게 검증하고 반대하는 것은 야당의 역할이며 본분일 수도 있다”면서도 “대통령은 국민 판단을 보면서 적절한 인선인지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결정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헌법과 법률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데도 강 후보자 사례처럼 국회가 마치 자신들의 의견을 100% 수용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야3당에 대한 사실상 선전포고로 규정하고, “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국회 차원의 협치가 사실상 끝난 것은 물론이고, 우리 야당으로서도 보다 강경한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임명 강행시) 협치 구도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의회의 작동과 기능이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인사청문 제도가 무슨 필요가 있나. 제도 자체를 폐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치상황을 보노라니 고은 시인이 쓴 시 가운데 `그 꽃`이란 시가 입에 맴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짧디 짧은 이 시가 문득 생각난 것은 인사청문회 정국으로 대통령과 야당이 정면충돌하는 우려스런 양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라갈 때는 꽃을 보지 못했다. 오로지 정상에 오르겠다는 생각에 미처 볼 겨를도 없었고, 숨이 차고 힘들어서 볼 여유도 없었으리라. 참 아쉽다. 올라갈 때 그 꽃을 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고,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어떤 모양인지 무슨 색깔인지 자세히 보면서 그 꽃들과 대화도 나눴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려올 때에야 비로소 보았다. 목표를 다 이루고 난 후 천천히 내려오니 그때서야 보였다. 내려올 때 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인데, 여전히 꽃들과의 대화는 어려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그냥 스쳐지나가고 마는 순간이다.
성취만을 위해서 일만 바라보고 부지런히 올라갈 때는 주위에 무엇이 있는 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 법이다. 다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난 이후에 내려갈 때에야 사람들은 보기 시작한다. 그런데 꽃은 그대로 일지 모르지만 그때는 이미 화합의 시간이 지났음을 알게된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하면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일들이 많다. 올라갈 때 보자. 올라갈 때 만나자. 올라갈 때 챙기자. 올라갈 때 보살피고 쓰다듬어주자.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고은 시인의 인생을 망라하는 지혜가 가슴에 젖어드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