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문재인의 탈권위 리더십

등록일 2017-06-09 02:01 게재일 2017-06-09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취임 후 한 달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탈권위 행보`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예전 대통령들은 대통령으로서의 권위를 매우 중요시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은 군인출신인지라 상명하복의 군사문화 때문에라도 더욱 그랬다. 문민정부였던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도 나라를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으로서의 권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신비주의`로 포장한 `권위주의`로 특징지어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통에 관심이 없었고, 권위적인 행보로 일관했다. 국무회의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발언을 하는 장관에게는 싸늘한 표정으로 `레이저`를 쏴댔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전임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탈권위적인 행보를 보인 대통령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하며 모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필자가 지난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로 첫 발령 받았을 때 만났던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답지 않은 소탈한 말투와 허심탄회한 태도로 이전의 대통령과는 자못 다른 탈권위적인 리더십을 선보였다. 그해 5월 초,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산행을 하다 잠시 쉬는 자리에서 넋두리하듯 털어놓은 “대통령 못해 묵겠다”는 발언에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자질을 운운하며 비판했지만 필자는 오히려 “참으로 인간적인 대통령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대통령을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던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탈권위 리더십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선보이고 있는 듯하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문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는 취임 당일부터 화제가 됐다.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친 뒤 차에 오르기 전 여야 지도부와 당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관저가 정비되기 전까지 홍은동 사저에서 출근할 때도 주민의 `셀카`요구에 일일이 응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을 보고 차에서 내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사인을 받을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는 어린이를 가만히 기다려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장면이 연출된 데는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특별히 당부한 문 대통령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의 의전도 바뀌었다. 그동안은 장관 등 내빈이 대통령을 맞이했지만, 이제는 대통령과 해당 행사에서 상징성을 띤 분들이 나란히 입장하도록 했다.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고, 해당 행사를 여는 것도 상징성을 띠는 분들의 뜻을 기리고 축하·애도하는 자리라는 이유에서란다. 이에 따라 올해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행사를 주관하는 국가보훈처장과 김영관 애국지사, 문영조 전몰군경 유족, 최경례·이금향 순직군경 유족, 목함지뢰 부상병사인 하재헌·김정원씨 등 8명이 대통령을 맞이하고 행사장으로 함께 입장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관계에서도 격식보다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점심식사 후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하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언론과의 소통도 적극적이다. 문 대통령은 인선 발표차 한 달동안 춘추관을 세 번 찾았고, 그 중 한 번은 `사전 각본` 없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탈권위 리더십에 많은 국민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박수만 믿고 `밀어붙이기식` 국정행보로 일삼아선 안 된다고 걱정하는 국민들도 적지않다. 한 예를 들면 4대강 보 수문개방을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은 해당 지역민들의 걱정을 사는 대목이다. 수문개방 조치는 가뜩이나 가뭄으로 힘든 낙동강 인근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과 관광레포츠 단지 조성사업 무산 등의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더욱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로 이 나라 국민들을 잘 섬겨주기를 바란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