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계속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채권가격은 지칠 정도로 올라왔고, 도심의 주택가격도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뜨겁다. 반면 씨티(Citi) 은행이 시장의 예상 대비 실제 경제지표를 조사하고 있는데 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결국 자산의 가격은 유동성에 힘입어 질주하고 있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으로 보인다. 모두가 그곳을 쳐다보고 있다. 유동성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이달 중순 기준 금리를 0.75%~1.0%에서 한 차례 올릴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2.5% 수준으로 올릴 것임을 밝혔었는데 시장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낙관적인 견해가 퍼지고 있다. 즉 시중에서 유동성을 많이 유출시키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향후 자산 가격의 유동성 랠리(rally)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려 시중에서 유동성을 빼야 하는 경우는 물가 상승이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의 물가는 예상보다 낮았다. 고용은 좋은데 물가가 낮다니 이해가 쉽게 가질 않는다. 그런데 미국의 물가 계산 방식이 바뀌었고, 그 결과 물가가 하락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가격이 1천달러인 냉장고가 다음해 1천50달러가 되었다면 물가가 5% 오른 셈이다. 그런데 최신 냉장고의 기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원래 가격이 1천50달러짜리라고 우긴다면 물가 상승은 없다. 냉장고의 기능 향상을 얼만큼 믿을 수 있을까?
증권 시장은 이런 움직임을 보며 미국이 유동성을 조여 올 가능성은 없다며 환호하고 있다.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왜 이렇게 안간힘을 다하여 부양책을 쓰려 할까?
먼저 세계적으로 인구가 급증한 전후 세대의 대표를 1960년생으로 볼 때 그들의 나이가 오십대 중반을 넘어 은퇴기에 접어들었고, 그로 인한 경기침체 압력을 버텨내야 한다. 인구 노령화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 고용이 괜찮아 보이지만 고용의 질은 좋지 않다.
국가별로는 흔들리는 중국이 볼모다. 중국을 보호하기 위해 유동성을 회수하기 어렵다. 그런데 미국 내에도 볼모가 있다. 젊은 이들이다. 그들의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 한국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몇 년 전 40대 초반의 한 부하직원이 저축한 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서울대를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취업 시기가 IMF사태 직후였기 때문에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했고, 재산 형성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부실 후유증은 오래 간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오래도록 부양책을 써야 하며 이들을 볼모로 부자들은 자산 가격 거품을 즐긴다. 그 거품이 커질수록 젊은이들이 비싼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며, 부동산을 비롯한 기득권의 자산을 이용하는데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악순환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격 거품은 맞으니 순간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에 대비는 해야겠으나 만성적인 가격 거품을 재테크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바람에 저항하는 용기도 좋지만 그 흐름을 이용해야 하는 시기를 구분해 내는 지혜도 필요하다.
가격 거품은 낮은 수익률을 의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투자 위험을 지불해야 한다. 다행히 부실을 막기 위해 돈을 가뜩 풀어놓는다면 부도의 확률은 떨어진다. 위험자산 투자의 비용이 떨어지는 셈이다. 어느 수준까지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공부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전환사채가 좋은 대상이다.
언젠가 정부가 부의 불균형 피해를 못 견뎌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기 시작한다면 부자들은 돈을 숨기려 할 것이고, 금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그 날을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금값이 저점에 내려올 때마다 조금씩 매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