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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나눔, 그리고 지구

등록일 2017-05-11 02:01 게재일 2017-05-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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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아빠 선물 사 와.” 너무도 짧은 말에 조금은 서운했다. 물론 4년째 어린이날을 혼자 보내게 해서 미안하지만 몽골로 답사를 가는 아빠에게 “잘 갔다 와!”도 아니고, “선물 사 와!”라니. 그런데 서운한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훨씬 더 커서인지 몽골 사전답사 내내 마음도, 몸도 무거웠다.

지난 주 내내 필자는 이번달 말에 있을 몽골 해외이동수업을 위한 2차 사전답사를 다녀왔다. 갈 때마다 많은 분들이 그냥 여행사에 위탁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을 하시지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하는 해외이동수업은 여타 학교들이 하는 해외수학여행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일반 여행사에서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해마다 1월과 5월에 사전답사를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해외이동수업 주제 역시 `교육, 나눔, 그리고 지구Ⅱ`다. 세부 주제의 핵심은 `생명·사랑·나눔 숲` 일명 `선비의 숲` 조성이다. 작년부터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몽골 현지에서 사막화 방지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부터는 좀 더 적극적 참여의 일환으로 직접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숲을 조성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5개년 계획을 세웠다. 1년에 4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5년 후에는 2천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진 숲을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교회장인 유빈이는 교내 환경논문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으로 받은 상금 5만원을 숲 조성 기금으로 쾌척했다. 그리고 비즈쿨 창업 동아리 학생들은 가족운동회에서 생태교실 시간에 생활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든 다육 화분 판매로 번 수익금 34만9천원 전액을 주저하지 않고 기부했다. 다른 학생들 또한 각자의 방법으로 숲 기금 조성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의미 없는 시험점수를 높이기 위해 맹목적인 사교육의 삶을 살고 있다는 다른 학생들과는 분명 다른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 그들이 만들어갈 사회는 지금 나만 잘났다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떠들어 대는 정치인들이 분탕(焚蕩)질 할 사회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식당은 물론 숙소부터 차량까지 몽골 현지에서 모든 것을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하지만 그 힘듦을 감내(堪耐)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번 사전 답사는 더없이 힘들었다. 왜냐하면 필자보다 더 이 나라를 걱정하는 몽골 현지 가이드 때문이었다. “한국 괜찮아요?”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너무 당황해서 어떤 답을 해줘야 할 지 몰라 주저주저하고 있었다. 그런 필자가 안쓰러웠던지 가이드가 다시 더 쉽게 묻는다. “전쟁, 안 일어나겠죠?” 전쟁이라는 말에 더 말문이 막혀버렸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그냥 놀란 추임새로 나온 말이 “네?”였다. 말꼬리가 크게 올라가려는 필자를 안심시키듯 한국에서 몇 개월 이삿짐센터에서 일했다는 가이드는 동정 가득한 눈으로 말하였다. “걱정하지 말아요. 괜찮을 거예요.” 낯선 이국인에게 나랏일을 위로 받는 느낌을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정치인들은 알까.

말을 돌리기 위해 필자는 건너가는 한 마디를 던졌다. “몽골은 해마다 발전하는 것 같아요.” 정말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입이 풀렸다. 그리고 애국지사의 표정으로 답하였다. “발전하는 건 좋은데 너무 빨라요. 그리고 너무 급해요. 돈을 너무 많이 빌려왔는데 갚지 못하고 있다고 해요. 6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어 발표를 안 하고 있을 뿐 몽골 사람들은 다 알아요. 참 한국도 대통령 선거 하지요?” 그의 말에 갑자기 지난 5개월 한국이 겪었던 고난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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