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탕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초기 불교 경전 `수타니파타`에서 제목을 따왔다. 수타(Sutta)는 말의 묶음(經), 니파타(Nipata)는 모음(集)이라는 뜻이다.
경전을 모은 것, 부처님 설법의 모음으로 이해하면 된다. `법구경`, `아함경`과 함께 `수타니파타`는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불교 경전이다. `수타니파타`는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각 장이 따로따로 전해지다가 어떤 시기에 하나의 `경집`으로 묶인 것이다.
`수타니파타`는 모두 1천149수의 시를 70경에 정리하고 다시 다섯 장으로 나누어 놓았다. `뱀의 비유(蛇品)`, `작은 장(小品)`, `큰 장(大品)`, `여덟 편의 시(義品)`, `피안에 이르는 길(彼岸道品)`이 그것이다.
이 중 `여덟 편의 시`와 `피안에 이르는 길`은 독립된 경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가장 오래된 초기 경전이다.
`수타니파타`의 첫 번째 장은 바로 `뱀의 비유`, 즉, 사품(蛇品)이다.
“몸에 퍼지는 뱀의 독을 약으로 다스리듯/ 화가 일어나는 것을 다스리는 사람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다 버린다/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듯.”과 같이 `뱀의 허물`이 후렴으로 반복되고 있어 사품(蛇品)이라 불린다. 불교에서는 탐·진·치를 삼독(三毒)이라고 하는데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탐진치(貪瞋痴)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인 큰 장(大品)에는 방랑하는 구도자 사비야의 질문에 주저없이 대답하는 부처님이 나온다. 사비야의 질문은 이렇다.
“무엇을 얻은 사람을 수행자라고 합니까? 어떻게 하면 온유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자기를 절제한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을 눈이 열린 사람(彿)이라 합니까?”
이에 부처님은, “사비야여, (…중략…) 세상에 있으면서 아무런 죄도 짓지 않고, 모든 인연의 속박을 벗어버리고 어떤 일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 그를 일러 `용(龍)`이라 한다.”라고 답한다.
다섯 번째 장인 `피안에 이르는 길(彼岸道品)`에서는 아지타의 질문이 눈에 띈다. “세상은 무엇으로 가려져 있습니까? 세상은 무엇 때문에 빛나지 않습니까? 세상을 더럽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입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답한다. “아지타여, 이 세상은 근본 무지로 인해 가려져 있다. 세상은 탐욕과 게으름으로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세상을 더럽히는 것은 욕망이요, 고뇌가 세상에서 가장 큰 두려움이다.”
`유구개고 무욕즉강(有求皆苦 無慾則剛)`이라고 했다. 구하는 것이 있으면 모두 괴로움이 되고, 욕심이 없으면 강한 것이다, 라는 뜻이다.
일본의 다쿠앙 소오호오(1573~1645) 선사는 지금 우리가 즐겨 먹는 단무지를 최초로 만든 분으로 더욱 유명하다. 스님의 임종 모습이 `무욕즉강`이다. 다쿠앙 선사의 유훈은 이렇다.
“장례를 치러서는 안 된다. 시체는 밤에 남모르게 들어다 들에 파묻어라. 그것으로 그만이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마라. 그 어디서고 부조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묘지를 만들지 마라. 조정으로부터 선사 칭호가 내려오더라도 받지 마라. 위패도 필요 없다. 49재 등 불교 의식 일체를 행하지 마라.” 그리고 글자 한 글자만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고 한다. “몽(夢).”
`수타니파타`를 한 글자로 정리해야 한다면, `몽(夢)`이 좋겠다. 인생은 참으로 부질없는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