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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총선 흑색선전 엇갈린 판결… 왜?

박동혁기자
등록일 2017-04-07 02:01 게재일 2017-04-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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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포항지원, 선거법 위반 2개사건 두고 <BR>각각 `1·2심 벌금 700만원`·`1심 무죄`로 판결<BR>선관위·검찰 등 “상식에 어긋난 판단” 의구심

포항에서 제20대 총선 선거운동기간 중 상대후보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대해 상반된 법원 판결이 나와 관련 기관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불법선거를 방지하려는 공직선거법 입법 취지에 맞게 명확한 양형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포항 남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제20대 국회의원선거 포항남·울릉선거구에 출마한 A씨는 선거운동기간인 지난해 4월 4일부터 9일까지 기자회견과 TV연설회, SNS 등을 통해 상대후보 B씨에 대해 “불법 공천헌금 수수 녹음파일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유포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사실관계 확인 없이 마치 공천헌금 수수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며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표사실이 허위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A씨에 대한 무죄판결이 앞서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진 C씨에 대한 판결과는 정반대로 나와 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재우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제20대 총선 포항남·울릉선거구 예비후보자 D씨 캠프 자원봉사자였던 C씨는 지난해 3월 17일 서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앞에서 B씨에 대한 불법공천수수 녹음파일 의혹을 담은 피켓을 제작해 지지자 30여명과 함께 집회를 갖고 해당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재판부는 성명서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C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C씨는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할 우려가 있어 허위사실 공표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음에도 다수의 사람을 동원,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B씨를 비방했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비슷한 두 사건을 두고 법원이 판이한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검찰, 선관위 등 유관기관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두 사건을 조사해 검찰에 고발한 포항시남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B씨에 관련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점에 있어 매우 흡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지난 2월 법원 인사이동이 이뤄지기 전 재판부는 유죄판결을 내리고 이후 재판부는 무죄판결을 내렸다”며 “특히 C씨 사건의 경우 대구고등법원 항소심에서도 같은 선고결과가 나온만큼 이번 재판부의 A씨에 대한 판결이유에 대해 의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선거기간 중 상대 후보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바탕으로 흑색선전을 한 이번 사건을 무죄로 판결한 것에 대해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 항소를 준비 중이다”며 “재판부는 A씨가 허위사실을 공표하기 전에 허위가 아닌 사실로 받아들이고 공표해 고의가 없다고 판시했지만 고의성 여부는 사람의 속마음을 확인해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결국 상식을 기반으로 한 판단해야 하는데 이에 어긋나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항지원 관계자는 “A씨는 `B씨가 공천헌금을 했다`고 공표한 것이 아닌 `공천헌금 수수했다는 내용이 있는 녹음파일을 당에 제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A씨에게 녹음파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한 사람이 A씨와 같은 당원이고 오랫동안 친분관계를 쌓아온 사람이기 때문에 허위의 사실을 알렸다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무죄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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