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왕 헨리 포드와 당시 전기 분야 전문가였던 스타인 맥스의 이야기다. 스타인 맥스는 미시간주에 있는 헨리 포드의 첫 번째 공장에 큰 발전기를 설치했다.
어느날 발전기가 고장이 나서 공장 전체의 가동이 중단됐다. 수많은 수리공과 전기공들을 불렀지만 아무도 고칠 수가 없었다. 결국 포드는 스타인 맥스를 불렀다. 그는 도착하자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리고 몇 군데를 두드리며 확인을 하고 수리했고, 공장은 재가동이 됐다. 며칠 뒤 포드는 스타인 맥스로부터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금인 `1만 달러`의 수리비청구서를 받았다. 대충 몇 군데 두드려 보고 고친 비용이라기에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한 포드는 청구서에 이런 요지의 메모를 붙여서 돌려보냈다.
“이 청구서의 금액은 당신이 몇 시간 모터를 두드리면서 고친 것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 아닙니까?” 스타인 맥스로부터의 답장은 이랬다. “모터를 두드리며 고친 임금이 10달러, 어디를 두드리고 고쳐야 할지를 알아내는데 든 임금이 9천990달러, 합계 1만 달러입니다.”
답장을 받은 포드는 흔쾌히 수락하고 그 금액을 다 지불했다. 문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아내고 진단하는게 핵심이란 교훈을 주는 예화다. 기계수리에만 이런 교훈이 통용되는 게 아니다. 정치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기소에 이르기까지 1천만 촛불민심은 보수가 우세하던 이 나라의 정치풍향을 바꿔놨다.
보수정권에 대한 실망감은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6일 현재 국회 원내 5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예상보다 더 큰 차이가 나는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경북(TK)지역을 텃밭으로 여기고 있는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0% 남짓한 지지율에 그친데 대해 실망감을 느끼는 지역민들이 많은 듯하다. 홍 후보는 드라마 `모래시계`의 모델이 될만큼 극적인 검사생활을 거쳤고, 4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냈다. 경남도지사로서도 남달리 눈에 띄는 실적을 쌓았다. 잦은 파업으로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등 강도높은 재정개혁을 실시해 경남도 부채제로시대를 열었고, 관급공사 하청업체를 도에서 추천하던 관례를 전격 폐지해 공무원 사회에 청렴분위기를 조성, 부임당시 기관청렴도 15위이던 경남도를 청렴도 1위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처럼 홍 후보는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나 국정운영 경험에서 평가받을만한 경륜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파괴력을 기대했던 사람이 많았기에 더욱 의외였다. 경남 창녕출신으로 대구에서 영남중·고등학교를 나왔으니 TK후보이자 영남권 후보로 볼 수 있는 홍 후보의 낮은 지지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걸까. 우선 홍 후보가 기존 보수층들이 지지해온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평가를 내놓았던 게 컸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 홍 지사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춘향이인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였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는 이어 “우파의 대표를 뽑아 대통령을 만들어놨더니 허접하고 단순한 여자였다”며 “탄핵 당해도 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별다른 책임이 없는 홍 후보 입장에선 굳이 박 전 대통령을 심하게 깎아내려 집토끼를 쫓을 필요는 없었다. 그저 탄핵에 유감을 표명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정도였으면 좋았다. 큰 전략적 실책이었다.
또 하나 꼽는다면 홍 후보가 방송 인터뷰에서 소탈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거친 반말투는 자제해야 한다. 자칫 무례하거나 품위 없는 후보로 비칠 수 있다. 좀 더 절제된 표현으로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전해줄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들은 능력, 인품, 안정감 등을 모두 갖춘 대통령 다운 대통령을 뽑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