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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

등록일 2017-03-14 02:01 게재일 2017-03-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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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르세미술관에 가면 저녁 6시가 되면 진풍경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 입구를 길게 늘어선 행렬은 하나같이 행복한 모습으로 미술관 출입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파리를 찾은 여행객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미술관 일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밀레의 `만종`이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같이 오르세미술관의 대표작들은 모두 관람할 수는 없지만 문화대국 프랑스가 선사하는 관대한 배려에 새삼 행복감을 느낀다. 이는 문화와 예술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여유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일상 속에 정신적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만들어 내는 풍부한 엔돌핀 분출은 우리의 삶 속에 문화와 예술이 있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부터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해 3년 동안 시행해 오고 있다.

전국 주요 국·공립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혜택과 영화관, 공연장, 사설 박물관,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에서 누릴 수 있는 할인정책은 그동안 국민들이 마냥 어려워했던 문화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만나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더불어 직장인도 퇴근 후 일부 문화시설들을 늦은 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개방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야간개방정책이 주는 관대함과 정신적 여유로움의 행복이 우리주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혜택으로 다가섰다는 점에서 더없이 높은 관심과 참여율을 보여주었다. 지난 2015년 `문화가 있는 날` 기획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전국 문화예술회관,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작은 음악회가 400여 회 열려 4만3천여 명이 수혜를 받았으며, 전국 70여 개의 작은 도서관에서 개최된 490여 회의 특별 강연에는 8천300여 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등 문화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국민들이 삶의 풍요로움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선물받기도 했다. 그리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어려움에 빠져 있던 공연계를 돕기 위한 `공연티켓 1+1 지원 사업`이 시행되어 추경예산 500억원을 공연단체와 예술인들에게 지원해 주기도 했으며 특히 군 장병 대상의 병영 독서 지원 사업이 시행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박근혜 정부의 역점 과제 중 하나인 `문화융성 사업`과 연계되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과 차은택의 비리로 파장이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문화와 예술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과 행복이 `최순실 게이트`의 부정적 이미지에 휘둘려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양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문화향유권이 정치적 비리로 얼룩져 본연의 의미를 모두 상실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문화 향유권은 행복권의 일환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추진되어야 할 선진문화 권리이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지원사업이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져 왔다. 수도권과 지방의 구분 없이 조성되는 순수문화와 예술분야의 인프라는 국민 모두에게 문화혜택을 골고루 나누려는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 문화를 생산하는 예술인들과 이를 마음으로 누리고자 하는 문화 소비자가 새롭게 관계를 정립한다면 불명예로 얼룩진 `문화가 있는 날`은 새롭게 부활할 것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아닌 매일 매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문화 향유권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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