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은 도시의 중심부에 세워져서 공동체 모임에 쓰이는 열린 공간이다. 개방된 공간으로 설계되고 대체로 직사각형의 모양을 띠고 있다. 광장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군사적 퍼레이드와 함께 통치자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시청광장, 시민광장, 도시광장, 공공광장, 플라자 등의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기능적으로는 시장, 콘서트, 기념, 정치적 집회, 종교모임 등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몇몇 도시의 광장은 `국가적 광장`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름난 광장은 그 나라 고유의 정치·경제·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상업지역인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장, 1805년에 있었던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승리를 기념해서 만든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중국 공산당의 퍼레이드가 이뤄지는 장소이고, 1989년에 있었던 민주화 시위인 톈안먼 사건이 일어났던 베이징의 텐안먼 광장, 야외 시장에서 기원했지만 소비에트 연방의 군사 퍼레이드와 노동절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광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항상 개방된 대중 공간으로서 기능을 해왔다. 그 기능은 점차 확대돼 (특정한 인물에 대한) 숭배의 장소일 수도 있고, 영구적 혹은 일시적인 시장으로 쓰이기도 하며, 혁명이나 반혁명의 선구자들에 대한 중요한 기념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의 숙명이 그래서일까. 서울의 광화문 광장 역시 어느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광장이 됐다. 98주년 3·1절을 맞은 지난 1일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 네거리는 일본 제국주의 압제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온 민족이 한 마음, 한 목소리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대한의 자주독립을 만천하에 알렸던 기미년의 그 날처럼 인파로 가득찼다.
그 날과 확연히 달랐던 것은 광장이 반토막으로 갈라졌다는 사실이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 결정을 열흘 남짓 앞두고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극명히 갈라져 상반된 구호를 외치며 세 대결을 벌였다. 민족 대동단결의 역사적 상징과 같은 3·1절에 경찰`차벽`을 사이에 두고 국론분열 양상을 드러낸 우리의 민낯은 때마침 내린 봄비 속에 촉촉히 젖어들었다.
이날로 18번째 촛불집회를 주도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은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또 한켠에서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가 이날로 15번째 `태극기 집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기각을 외쳤다.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소속 의원들의 집회 참석여부를 의원들의 자율에 맡긴 분위기여서 대구·경북지역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태극기 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촛불집회든 태극기 집회든 정치인이 민심을 자극할 수 있는 대중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정치인들의 집회 참석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고, 바른정당 역시 정치인들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에 앞장서선 안 된다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집회 참석을 비판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도 정치인들의 집회 참석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많은 군중들이 모인 장외집회에서 정치인들은 늘상 과격하고 급진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며 수습하기 어려운 정치적 파국으로 달려가곤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헌법재판소가 오는 13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결정하거나 기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국론분열 양상은 매우 걱정스럽다. 따라서 이제 정치권은 헌재의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더라도 그 결과를 존중하며, 찢어지고 갈라진 민심을 추스를 준비에 나서야 할 때다. 행여 정치권이 헌재의 결정 이후 특정 집회를 부추기는 모양새가 된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가 되고 말 것이다. 갈라진 광장, 이제는 아름답게 봉합할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