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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법`이 만든 설 풍경

등록일 2017-02-02 02:01 게재일 2017-0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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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민족 최대명절인 설을 지내면서 분주했던 귀성길과 친지들과의 짧은 만남이 아쉬움과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이제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와 평온함을 되찾아 가고 있는 듯하다. 설 명절은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새롭게 펼쳐질 내일을 위해 서로 덕담을 나누며, 희망찬 한 해를 설계하는 날로서 연휴가 주는 편안한 휴식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평소 감사의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하던 이웃과 친지들에게 새해를 맞아 서로에게 복을 빌며 감사의 선물을 주고받는 풍경은 우리민족의 오래된 세시풍습에서 비롯된 모습들이다. 감사하는 마음을 자그마한 선물을 통해 나누는 여유로움 속에서 인간적 유대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화도 이제는 서로 눈치를 보며 선물의 가치가 아닌 금액으로 평가하는 시대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소위 부정청탁금지법인 `김영란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명절 선물의 의미도 크게 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예년에 비해 올해 설 선물 세트는 축산과 과일, 굴비 등의 매출 감소가 가장 두드러져 `소비절벽`을 실감케 해줬다고 한다.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는 김영란 법 적용 대상 기관 4만 여 곳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공직자와 언론사, 사립학교, 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하는 이 법의 제정 취지는 서로 감사하는 마음을 지나치게 비싼 고가물품에 담아 전해주기 보다는 마음으로 함께 나누자는 의미이다. 더불어 부정부패를 추방하자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산되고 공직사회도 스스로 자정노력에 동참하는 분위기로 변화해 나가자는 의미와 취지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무작정 명절 선물을 없애 버리게 되면 가뜩이나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소비가 위축되고 내수경기의 부진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절대적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률이지만 경제성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소상공인들과 농민들에겐 경제적 부담을 확대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절이 되면 다채로운 선물들과 이를 구매하려는 쇼핑객들로 넘쳐나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이번 설에는 거의 대목 분위기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지난 추석과는 상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며 김영란 법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해 주었다. 제수용품과 모처럼 온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묵직한 장바구니 속에는 정을 서로 나누려는 설 선물들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이제는 명절을 맞아 새로운 풍속도를 연출한 김영란 법의 시행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들을 찬찬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많은 분야에서 발생된 의견들을 겸허히 수렴해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열린 마음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은 늘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가까운 이웃과 정을 나누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이 주는 고단함을 마음으로 나누며 서로 위안 삼았던 여유로움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 취지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정겨움을 해치는 악법으로 자리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당국은 김영란 법이 서민을 옥죄는 법이 되지 않도록 개선의 노력을 더욱 경주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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