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지금 이 나라를 나타낼 수 있는 대표적인 말이다. 왜 주인이 없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지 않느냐고, 그 주인이 광장에서 오랜만에 주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그런데 정말일까.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너무 교과서적이다. 세상이 교과서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일한만큼 대가와 대우를 받고,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을 도와주고, 죄가 있는 사람은 그 죄가 어떤 것이든 더 큰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분명 이 말들은 교과서는 물론 모든 종교의 교리서에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나라 종교는 이를 얼마나 실천할까. 용서하고, 이해·배려하며, 서로 사랑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종교인들부터 오해와 배척의 삶을 살고 있으니 세속인들이야 오죽할까.
분명한 건 모든 교과서는 사람들이 만들었고, 또 각 종교에서 신의 대리인처럼 생각하는 교리서들도 처음 시작이야 어떻든 결국에는 인간들에 의해 정리되고 편집됐다고 본다면 인간들이야말로 가장 위선덩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나 위선에도 계급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만약 있다면 정치인과 교사가 최고 자리를 위해 치열하게 싸울 것이고, 그 다음 사랑과 이해조차 그때그때 다른 종교인들이 위치할 것이고, 그 다음은 누구일까.
뉴스를 보면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한 편의 무협 드라마를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무협이라는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필자가 읽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최소한의 양심과 도리, 그리고 규칙이 있었고, 영웅답게 그것을 지켰다. 그런데 무주공산이 된 청와대 입성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의 치졸(稚拙)한 행동을 보면 무협이라는 이름을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언론들은 삼류 정치 드라마 한 장면을 내보냈다. 내용은 `반풍`을 초기에 막기 위해 야당 `잡룡`들이 오랜만에 하나가 돼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는 것이다. `반풍`이라는 말을 들으니 2016년 총선을 앞둔 어느 날의 신문기사가 생각났다. “문풍이냐 안풍이냐? 느슨해진 영남 재집결?” 반풍, 문풍, 안풍! 정치가 무슨 무협지 배경도 아니고, 청와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바람이 어떤 바람이 되었건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한 건 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는 이상한 바람을 일으키는 지금의 정치인들은 대의명분을 위해 갖은 고통을 이겨내며 장풍(掌風)을 수련하던 진정한 영웅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엘리트 코스만 걸어온 그들이 무협지나 읽어 봤을지 모르겠다. 읽어봤다면 동네 애들 싸움보다 못한 더러운 정치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도깨비 신부라는 말에 이끌려 도깨비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필자는 도깨비와 이무기의 차이와 종류를 적어 놓은 글을 보게 되었다. 그 중에서 `잡룡`들이라 일컬어지는 정치인들과 비슷한 이무기를 발견했다. 이름은 바로 `깡철이`다. 깡철이는 낙동강 유역에서 민간전승 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무기의 한 종류이다. 다른 이무기들과는 달리, 불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의주가 없어도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다고 한다. 깡철이는 대부분 용이 되지 못한 원한 때문에 사람들을 괴롭히다가 다른 이무기나 용에게 퇴치당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글을 읽는 내내 필자의 머릿속에는 곧 깡철이로 둔갑할 정치인들의 이름이 빠르게 지나갔다. “깡철이 간 데는 가을도 봄이라!”라는 속담이 현실화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큰일을 앞두고 사방팔방에 광풍(狂風)을 일으키는 깡철이들이 출몰하고 있다. 부디 이번에는 주인답게 이무기들에게 홀리지 말기를, 그래서 잃어버린 희망을 빨리 찾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