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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의 본질

등록일 2017-01-13 02:01 게재일 2017-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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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청와대 출입기자로서 수개월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심판대에 오르게 한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다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실 지난 대선때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나는 국가와 결혼했다”고 한 말을 믿었다. 부모는 각각 최측근과 북한 간첩의 총에 맞아 숨졌고,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자식도 없는 박 대통령이다. 그러니 박 대통령이 집권하면 나라를 운영하는 데만 집중해 힘을 쏟을 것이고, 명예롭게 대통령직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현실은 달랐다. 박근혜 정부 출범직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위기대처를 제대로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 여파가 가까스로 가라앉고 임기 후반 마무리를 하려는 찰나, 또 다시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1천만 촛불민심으로 번졌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의혹도 다시 불거졌다.

나라를 위해 몸바치겠다는 단호한 결의에 찼던 박 대통령이 왜 최순실이란 개인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해 재단에 수십억원의 돈을 출연하게 하고, 정부 고위직 인사에 개입하도록 방치하는 잘못을 저질렀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이인자를 용납치 않는 `박근혜표 정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봤다.

`박근혜표 정치`의 유래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박 전 대통령은 이인자를 키우지 않는 정치로 유명하다. 그는 군사쿠데타로 잡은 독재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만한 이인자가 있으면 아예 싹을 잘라버렸다. 그런 후계자 불용의 정치패턴을 딸인 박 대통령이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얘기다.

그래서그런지 새누리당에서 대권주자로 클 만한 인물에 대한 박 대통령의 견제는 심하다 못해 가혹했다.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 전 대표가 새누리당에서 나름 세를 모아 원내대표에 나서려 하자 못나오게 막은 것은 약과다. 어느 순간 김 전 대표가 친박계 좌장으로 부상하자 박 대통령은 공개적으로“친박계 좌장은 없다”고 면박을 주고, 그후 공천에서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백의종군하던 김 전 대표는 18대 대선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뒤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새누리당에 복귀,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박 대통령 탄핵사태를 맞아 대통령 집권에 힘쓴 죄(?)로 대선불출마 선언을 해야 했다. 그러고도 새누리당을 탈당해 신당인 바른정당으로 자리를 옮겨야 했다.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아 원조친박으로 불렸던 유승민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보수당내에서도 다소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유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돼 박 대통령의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를 비판한 데 이어 국회법 파동을 일으키며 정가의 주목을 받자 갑자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유 의원을 가리켜 `배신의 정치`라며 낙인을 찍어 원내대표에서 끌어내렸다. 총선에서 공천도 주지않았다. 원조 친박의원이 어느새 비박계로 바뀌었다. 유 의원 역시 새누리당을 떠나 바른정당에서 새 살림을 차려야했다.

이렇게 이인자를 키우지 않는 박 대통령이다보니 대체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할 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뒤 공적인 관계로, 또는 정치적인 입장에서 만난 인사들로 구성된 보좌진이나 각료들보다 야인시절부터 정을 나누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겨준 최순실이 훨씬 믿음직스러웠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인간적인 면에서 볼 때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의존한 정황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으로서는 `국정농단을 자초`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책무를 홀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면 대통령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 또 다시 대선이 다가온다. 스스로 `위기의 이 나라를 구할 경륜과 비전, 그리고 신념이 있다`는 후보들만 나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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