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룡포 앞바다 어선-상선 충돌사고<BR> 닻 내리고 휴식 취하다 `쾅`… 레이크호 견시의무 못지켜<BR>포항해경, 신고 받고 20여분만에 함정 파견 `발빠른 대응`<BR>사고 해역 기상악화로 실종선원 4명 수색 난항
지난 10일 오후 2시 5분께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주영호 침몰사고의 실종자 수색이 난항을 겪고 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는 사고발생 시점부터 채낚기 어선인 `209주영호`에 탑승해 있던 실종선원 4명을 찾기 위해 밤샘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사고해역 기상악화로 수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항해경은 경비함정, 헬기, 민간어선 등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고 이튿날인 11일 오후 8시 현재까지 추가구조는 성공하지 못했다.
포항해경은 전복선박 주변과 실종자 표류가 예상되는 해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수색을 펼칠 계획이다.
□ 과실 책임은…
주영호는 지난달 25일 오전 9시 포항 구룡포항을 출항해 보름 동안 장기조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은 사고 해역에서 씨앵커(선수 방향을 고정하기 위한 일종의 닻)를 내려 배를 띄워놓고 휴식을 취했다고 선장 박모(58)씨는 진술했다.
원목운반선인 인스피레이션 레이크호는 중국에서 출항해 러시아로 향하고 있었다. 호미곶 동방 22마일 지점을 지나다 씨앵커를 내리고 표류하던 주영호의 왼쪽 중앙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사고 원인은 레이크호의 일방과실에 가깝다. 우선 선박운항도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전방주시의무가 있다. 항해 용어로는 `견시`라고 한다. 레이크호는 견시와 레이더 관측 등을 통해 주영호를 피해서 운항해야 했다. 주영호도 씨앵커를 내리고 배를 바다에 띄워놓았을 때는 견시 등을 통해 미리 위험사항을 인지하고 피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레이크호의 과실이 대부분이라는 견해를 비췄다.
□ 초기 사고대응
레이크호와 주영호의 정확한 충돌시간은 10일 오후 2시 2분으로 추정된다. 선장 박씨가 충돌 직후 함께 조업하는 선단 통신으로 “형님들 배 넘어갑니다”라는 조난 신호를 보냈고, 인근 해상에 있던 선단 어선이 포항어업정보통신국에 신고를 접수한 시각이다.
포항어업정보통신국은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3분이 지난 오후 2시 5분께 포항해경으로 상황을 전달했다. 해경은 인근 해역을 경비 중이던 함정을 급파했고, 306함이 2시 24분께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통상적으로 `해상 골든타임`은 1시간. 신고접수 20여분만에 현장에 도착한 306함은 전복된 주영호 인근에서 3명을 잇달아 구조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사고해역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일었고, 구조자들 모두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포항해경의 구조역량이 빛을 발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해경은 신고접수 7분여 만에 정박 중이던 함정에 비상소집명령을 내려 긴급출동에 대비했고, 준비를 마친 가용함정을 모두 출항시켜 수색작업을 펼쳤다.
현재 해경은 구조·수색작업에 집중하고 있으며, 포항시는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설치해 실종자 가족을 비롯한 유가족들을 챙기고 있다.
□ 유가족 보험금 2억원 가량
주영호는 선체보험과 선원보험을 모두 들고 있다. 전복된 어선은 폐선될 확률이 높아 6억5천여만원이 선주에게 지급될 전망이다. 만약 실종자를 찾지 못할 경우 2억원 가량의 보험금이 유가족들에게 지급된다. 외국인 선원은 6천여만원으로 예상된다. 첫날 구조됐다가 끝내 사망한 선원들에게는 1억9천여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전복된 선체 인양은 실종자 가족들의 뜻에 따라 2~3차례 추가 잠수수색 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찬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