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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각지쟁(蝸角之爭)

등록일 2017-01-06 02:01 게재일 2017-0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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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와각지쟁(蝸角之爭)이란 말이 있다. 명분없고 부질없는 싸움이나 별 성과가 없는 전쟁을 비유하는 말로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의 준말로, 와각상쟁(蝸角相爭), 와우지쟁(蝸牛之爭)으로도 쓰인다.

장자 칙양(則陽)편에 나오는 글로, 춘추전국 시대 때 제후들의 패권다툼을 대도(大道)의 입장에서 풍자하고 있다.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이 제나라 위왕과의 맹약을 했으나 위왕이 배반하자 혜왕은 노여워하여 자객을 보내 죽이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손연은 만승의 군주가 필부를 보내 원수를 갚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군사를 일으켜 정당하게 공격하라고 했다. 계자라는 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손연의 의견에 반대했다. 또 다른 신하인 화자는 공손연과 계자의 의견이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이들의 논쟁이 이어지며 결말이 나지 않자 혜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이때 재상 혜자가 현자로서 이름높은 대진인(戴眞人)이라는 도인을 천거하여 혜왕과 만나게 했다. 대진인은 “달팽이를 아느냐”는 질문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달팽이 왼쪽 뿔엔 촉씨(觸氏)가, 오른쪽 뿔엔 만씨(蠻氏)가 나라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영토를 뺏으려고 싸웠는데, 죽은 자가 수만이었으며 도주하는 적을 추적한지 15일 만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오.” “좋습니다. 그럼 현실의 이야기로 말씀드리죠. 왕께서는 이 우주의 사방과 상하에 끝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끝이 없소이다.”“그럼, 그 끝이 없는 우주에서 노니는 사람에겐 오히려 사람이 왕래하는 나라들이 있는 듯 없는 듯 하겠습니다.” “그렇소.” “사람이 왕래하는 나라 중에 위나라가 있고, 위나라 속에 양나라가 있고, 양나라 안에 왕이 계십니다. 우주의 무궁함에 비한다면, 왕과 달팽이 뿔 위의 만씨 사이에 대체 얼마나 다른 점이 있겠습니까?” 대진인이 물러가자 제나라와 싸울 마음이 싹 가신 혜왕은 혜자에게 힘없이 말했다.

“그 사람은 성인(聖人)도 미치지 못할 대단한 인물이오.” 부질없는 싸움 이야기는 이어진다. 전국시대 조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려고 하자 연나라에서는 조나라 혜왕을 설득하기 위하여 소대를 보냈다. 소대는 혜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조나라로 오던 중 강변에서 조개와 도요새를 보았다. 입을 벌리고 있던 조개를 도요새가 찍어대자 깜짝 놀란 조개는 얼른 벌렸던 입을 꽉 다물어 도요새의 부리를 물고 늘어졌다. 도요새는 `조개야 놔라. 오늘과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넌 말라 죽는다.`라고 위협했고, 조개는 `도요새야 까불지 말고 물은 내 속살을 먼저 놔라. 오늘 내일 내가 입을 벌리지 않으면 넌 죽는다.`면서 아옹다옹 싸우다 지쳐 쓰러졌다. 이때 강가를 지나던 어부가 기진맥진한 도요새와 조개를 그물에 씌워 잡아가 가족과 함께 새고기와 조개를 맛있게 먹었다. 연나라와 조나라가 현재처럼 대치하고 있다면 언젠가 진나라가 두나라 모두를 집어삼킬 것이다.” 조왕은 이 말을 듣고 연나라에 대한 공격을 취소했다. 이처럼 서로 양보 없이 죽기 살기로 미련하게 싸우는 걸 조개와 도요새의 싸움이라고 해 방휼지쟁(蚌鷸之爭), 또 재수있게 생각지도 않은 이익을 거두는 어부지리(漁夫之利)란 속담이 여기에서 나왔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집단탈당한 뒤 당내 쇄신에 들어간 새누리당이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인적청산`을 놓고 2차 내전이 뜨겁다. 쇄신의 중책을 맡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악성종양의 핵”“일본이라면 할복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공격하자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라고 비난하면서 인 위원장의 탈당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이 처절한 자기반성과 개혁과 쇄신의 몸짓으로 거듭나야 할 이 때 와각지쟁과 방휼지쟁을 거듭하고 있다. 정녕 1천만 촛불민심과 대구·경북민들이 새누리당에 무엇을 바라는 지 모르는가.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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