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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된 `역사화(歷史畵)`의 개념

등록일 2016-12-12 02:01 게재일 2016-1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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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토요일 마다 이어지는 촛불시위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걱정과 우려감도 덩달아 깊어진다. `최순실 국정논단 사태`에서 비롯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탄핵 시위가 이제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요구사항이 더해지면서 21세기 민주주의 실험대로 확장되어 가는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한반도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사상적 대립으로 인해 남북이 분단되어지고, 경제논리에 의해 진정한 민주주의 정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비민주적이고 유기체적 삶의 타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반복된 부정과 모순의 악순환이 이제는 세계인의 가십거리로 전락해 가고 있다.

오는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평화시위가 이어질 것이다. 집단화된 시민들의 평화시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적어도 이번 촛불혁명은 인류사에 있어 새롭고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역사의 주요장면을 기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서 그림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는 것은 기록 이상의 예술적 가치까지 함께 수반한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은 세계 주요미술관에서 대표작들로 인정 받고 있다. 아마 지금은 발표되지 않지만 국내 예술가들 중 이러한 역사적 순간들을 작품으로 녹여내는 작업은 아마도 여러 장르별로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19세기 프랑스의 대표화가였던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던 순간들을 진지하게 기록하고 그려냄으로써 당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던 쥐드폼의 선서 장면을 그린 작품 `쥐드폼의 선서`는 프랑스 혁명의 지지자였던 그로서는 당연히 그려야 하는 주제였을 것이며, 비록 완성 하지는 못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당시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전해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을 이끈 정치가 `마라`가 암살당한 직후 그린 `마라의 죽음`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기록화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단순히 처리하는 방식을 통해 마라의 죽음을 비극적이면서도 순교자의 것으로 승화시켜 내고 있다. 욕조에 팔을 늘어트리고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은 마치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연상케 한다. 다비드는 그림이 완성된 직후 파리 시내에 이 작품을 전시했으며 실제 시민들은 이 그림을 보고 애도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이 작품이 당시 파리의 시민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같은 작품이 세 점이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해 주는 듯하다. 우리가 도판을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는 브뤼셀 왕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작품이며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과 랭스 미술관에도 한 점씩 소장되어 있다. 밤이 깊어가도록 꺼지지 않는 촛불과 함께 평화시위를 즐기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해 가고 있는 우리 국민들의 모습과 정신이 한 폭의 그림 속에 담길 수 있다면 이 또한 아름다운 역사화이며 기록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이 작품들을 유명 미술관에서 감상하며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면 현대미술이 가지는 역사성과 기록성은 충실히 수행했다고 하겠다. 현대예술가들은 오늘의 이런 장면들을 어떤 미학적 사고와 조형적 관점에서 표현하려고 할까? 그리고 미술애호가들은 어떤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줄까?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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