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문화예술로 원도심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시범사업 공모에 선정된 포항시는 2016년 하반기에 이 사업의 일환으로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공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파출소 인근의 빈 점포에 문화예술인들의 입주를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쇠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구상이다.
포항시와 이 사업을 주관하는 (사)한국예총 포항지회는 사업 취지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지역 예술인 대상 설명회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지난 10월 입주자 공모를 했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월 20만원~40만원의 임대료와 특성화 간판 제작비가 지원되며,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커뮤니티 활동 등을 해야 하는 의무 조건이 제시되었다. 공모 결과 46개 팀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결과였다. (사)한국예총 포항지회는 공정한 심사를 거쳐 24개 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들의 면면은 아주 다채롭다. 회화, 도예, 사진, 연극, 캐리커처, 디자인, 금속공예, 파이프공예, 목공예, 식품조각 등 형형색색의 장르가 이 거리에 들어서게 된다. 연령층도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15개 입주 대상 점포 중에 장기간 방치돼 있어 수리에 상당한 비용과 수고가 들어야 하는 점포가 있다. 그리고 거리 자체의 노후화가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수년째 비워 놓고 매매를 기다리는 건물이 있는가 하면, 무분별한 간판과 어지러운 전깃줄은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거리에 24개 팀이 입주한다고 과연 생기가 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은 근본적으로 예술인들의 창의성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시작되었다. 그 창의성은 크나큰 잠재력을 품고 있다. 실제로 기존 입주 예술인들이 거리와 점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보고 나면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읽어낼 수 있다.
포항의 새 비전은 창조도시다. 진정한 창조도시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문화예술의 활성화 없이 창조도시는 있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는 대부분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동 거리는 포항이 추구하는 창조도시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공간 지원사업`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사업 안에는 창조도시, 문화도시, 도시재생과 같은 중요한 화두가 놓여 있고, 다각도에서 섬세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참여 주체들의 협업이 중요한 것은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사업은 창조도시의 새 길을 모색하고 있는 포항의 새로운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 실험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그래서 포항이 진정한 문화도시, 창조도시로 거듭나는 데 소중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