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우리의 화두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었다. 모두가 분노에 찬 일성으로 박근혜의 퇴진을 외치고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을 비난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적 상황, 특히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제의 폐해일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가 시스템이 아니라 권한이 집중된 대통령과 청와대 일부 비서진에 의해 이뤄지는 한계를 그대로 나타낸 것이다. 결국 국가의 시스템이 대통령이고 그 대통령의 오판은 결국 시스템의 오류로 나타나 이러한 심각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다.
현재 정치권, 특히 국회와 정당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무력한 상태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모두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만을 이야기할 뿐 그 누구도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나 세력이 없다. 문제는 드러났다. 그럼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개헌을 논의하든, 새로운 국정시스템을 논의하든 해야하는데 모두 현재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만 백가쟁명식의 말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매우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에 따른 정치경제적 변화와 중국의 팽창주의, 그리고 국가 경제의 어려움, 국내 양극화 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가 시스템을 누군가는 말해야 할 시점이다. 이것이 미래이기 때문이다. 국회와 정당들, 특히 대권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특히 더 차분히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회 및 정당들은 지금 국회에 산적한 각종 법률안과 2017년도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가 중심이 되어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예산 및 법률의 심의와 의결권은 국회의 고유권한으로 조속히 심의해서 법정 기한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법률 역시 마찬가지다. 쟁점이 되는 몇 개의 법률만 제외하고 일반적 법률안들은 조속히 가결해야 할 것이다. 그 것이 이 엄중한 시기에 국회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신뢰이고 의무인 것이다.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서는 분명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몰되어 기본적인 책무가 미뤄지고 미래에 대한 논의가 없다면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선적으로 국회는 법률과 2017년 예산안 심의를 착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 정부 제출안에 대한 국회의 목소리와 국민의 뜻을 담아 2017년 민생이 안정화 될 수 있는 최선의 법률과 예산을 만들고 그것이 어려우면 차선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덜 실망하고 그나마 조금의 희망과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대통령은 하야 요구를 받고 있고, 행정부는 무력화 되어 있으며, 국회는 연일 투쟁의 장에 있으니 국민들은 누굴 바라봐야 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다음으로 각 정당은 새로운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북한의 핵 위협, 그리고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지금 누군가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당과 국회에게 주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권주자로 불리우는 사람들은 더더욱 지금 미래에 대한 비전과 국가시스템 등 진짜 제2건국을 위한 새로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광장에서 지금 든 촛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높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시대를 힐링의 시대라고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힐링이 필요한 대상은 지쳐가는 국민이다. 진정으로 사회와 인간의 가치에 대해 믿는 이성적 리더라면 국민에게 지금 누군가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국민들의 힘든 삶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 지도자의 진정한 모습이며 현 상황을 수습하고 발전적인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내년 코앞에 다가온 대선 시간표에 몰두해 눈앞의 정략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이 반드시 각성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