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나 도서관에 학부모 대상 독서 강의를 종종 나간다.
이번 주만 해도 영덕 창수초등학교 학부모와 포항 장량초등학교 학부모를 만날 예정이다. 강의를 나갈 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이런 질문을 한다.
“신문 보시는 분?” 평균적으로 첫 질문에는 절반 이상이 손을 든다. “인터넷 포털에 나오는 기사 말고 종이 신문 받아 읽으시는 분?” 두 번째 질문에는 대부분이 손을 내린다. 남은 손은 대략 10% 내외다.
스마트폰으로 포털에 또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기사를 우리는 선택해서 읽는다고 생각한다. 오산이다. 선택이 아니다. 영화관에 가보면 금세 안다. 주요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편성된 영화는 선택이 아니라 강요다. 포털에서도 우리가 주로 클릭하는 기사는 끔찍하거나 야하거나 이상한 것들 뿐이다.
이를테면, `OO, 점점 예뻐져!`, `섹시한 공항패션의 완성` 같은 것들이다. 이런 기사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클릭을 강요하고 실시간 검색 순위를 오르내린다.
독서 강의 끝에 학부모들에게 신문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이 신문 받아 읽기를 넌지시 권한다.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된다.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해두었다가 식사시간에 대화 소재로 써먹으면 좋다. 자녀가 좋아할 만한 기사를 스크랩해두었다가 간식과 함께 꺼내면 금상첨화다. 가정에 대화가 없을 수 없다.
지금까지 만난 학부모들이 강의를 듣고 얼마나 신문을 구독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신문 읽기가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11년간 `신문 독서 읽기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을 조사했다. 2004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반계 및 전문계) 4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결과다. 신문을 구독하는 가정의 고등학생이 구독하지 않은 가정의 학생들보다 수능에서 과목별로 6~8점이나 높았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기업·외국계 기업의 정규직`의 취업률도 신문을 구독한 고등학생이 32.2%, 구독하지 않은 고등학생은 26.5%였다. 월평균 임금도 신문을 구독하는 고등학생이 10만원 많았다. 보태어, 고전·문학과 같은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은 고등학생의 수능 점수가 높았고, 독서량이 같을 때는 신문 구독 고등학생의 수능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미네소타대 언론학과 댄 설리번 교수가 200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문 읽기를 가르치는 미국 중·고등학교는 그런 수업을 하지 않는 학교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10%나 더 높게 나왔다. 학업 성취도가 10%나 차이 난다는 것은 엄청난 결과다.
2015년 일본 문부과학성과 일본신문협회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 학력·학습 현황 조사`에서도 신문을 읽는 학생과 읽지 않는 학생의 성적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문과 같은 활자 매체 구독이 학업 성취도와 취업 등 사회적 성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오죽하면 신문 읽기 능력을 영미권에서는 `앞선 출발(head start)`이라고 하겠는가.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인생의 주식은 바로 `신문 구독`이다. 2만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인생 공부가 바로 `신문 읽기`이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시끄럽고 살기 팍팍한 시절이다. 부모의 소득이 낮아도 신문을 구독하는 가정이 부모의 소득이 높아도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가정보다 수능 점수가 높게 나타났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성적이 다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생들이 신문 읽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로 보고 보다 나은 인생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