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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 살리기 천만(千萬) 구좌

등록일 2016-10-27 02:01 게재일 2016-10-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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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 선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아나?” 최근 과수원과 텃밭 일 때문에 부쩍 수척(瘦瘠)해지신 학교장 신부님께서 충혈된 눈으로 물으신다. 교무실보다 밭 아니면 운동장에 계신 시간이 거의 대부분이라 출근해서나 점심시간에 잠시 얼굴을 뵈는 게 전부인 필자로서는 답이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하시는 일의 거의 전부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신부님께서는 학생들을 위한 일을 계획하고 계셨다.

“지인들한테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을 위해 한 달에 만원씩 후원해달라는 문자 보내고 있다. 분명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거다.”

그동안 각종 학교 학생들이 당하고 있는 교육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청, 교육부, 인권위원회, 심지어 국회까지 도움을 청하지 않은 곳이 없다. 담당자와의 통화는 물론, 민원도 수차례 넣었고, 필요하다면 국회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다.

“문제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하지만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각종 학교 학생들도 헌법이 정한 의무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결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 말을 절대 믿지 않는다. 이 나라 교육 관련 공무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만 매몰되어 있어 헌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 소수의 이야기는 소음보다 더 가치 없게 들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벌써 3년이 지나간다. 그 동안 많은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돈이 없어 학교를 떠났다. 과연 이런 불행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교육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알기나 할까. 최근 필자는 우습지도 않은 보도자료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학업중단율 감소`라는 자료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이 자료를 보면 2010년에는 1.06%이던 학업중단율이 4년 연속 줄어 2015년에는 0.77%까지 줄었다고 한다. 감소 이유로 학업중단 숙려제 등을 들었다. 과연 현실은 그럴까. 필자가 보기엔 이 자료는 분명 통계의 덫에 빠진 자료에 불과하다.

숫자의 마법에 빠진 교육 당국자들은 이 통계 자료를 보며 뿌듯해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여전히 학교폭력이 판을 치고, 학생 행복 지수가 꼴찌인 지금의 상황에서 어찌 이런 낯 간지러운 자료를 내놓을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필자의 생각이 너무 짧았다. 그들도 뭔가 국민들을 안심시킬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책임을 면할 구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사회 곳곳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매뉴얼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이 나라는 이론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 뒷북 코리아답게 아직도 우리는 골든타임을 놓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장 기간을 기록하고 있는 철도 파업이 그렇고, 대통령 흠집 내기에 바쁜 이 나라 정치는 더 그렇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순간 그것은 재앙이 된다는 것을 세월호 참사 때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잊었다.

정치, 경제, 교육, 환경 등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것 중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없다.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하지만 더 두려운 건 지금의 비상사태를 수습할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어색한 웃음을 짓고 시장을 돌며 영혼없는 악수를 하는, 오로지 빌미를 잡아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려는 사람들, 그들이 이 나라의 예비 지도자라는 사실은 분명 재앙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정치 재앙, 교육 재앙 등 각종 재앙에 빠져 이 나라가 존재할지 걱정이다.

잠재적 학교밖 청소년들을 구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시는 학교장 신부님의 `대안교육 살리기 천만 구좌` 갖기 운동이 꼭 성공해 이 나라의 재앙을 막는 발판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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