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도청시대 <BR>안동 농특산물의 경쟁력과 비전<BR>⑤ 명품 사과주 `묄 아펠바인`의 생산지 `스위스 아르본` 견학
쪽빛 푸른 호수와 함께 끝없이 펼쳐지는 하이킹코스가 있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아름다운 트레일 코스로 중간 중간에는 붉은 사과나무들이 수십 km 이어진다.
여기서 생산된 사과들은 아르본(Arbon)의 지역명품 아펠바인(Apfelwein·사과주)으로 만들어 진다.”
스위스 보덴호수가 옆으로 이어진 자전거 길에 대한 묘사다.
아르본은 스위스 북동부지역 캔톤 투르가우(Thurgau)주(州)에 속한 중소도시로 보덴호수를 끼고 있다. 사과나무와 함께 펼쳐지는 하이킹코스는 스위스와 독일의 접경도시인 크로이츨링겐(Kreuzlingen)에서 시작해 아르본까지 이어진다.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은 호반의 도시인 점 등 여러 입지 조건 등에서 안동과도 닮은 도시들이다. 투르가우주의 호반 도시인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 사이에는 하이킹코스와 여러 개의 작은 마을들이 과수원과 농원, 농경영지 등과 어우러지고 있다. 게다가 유명한 식당들이 군데군데서 지역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로 음식재료 사용
청정지역 인증마크로 경쟁력 높이고
지자체와 체계적 협조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
■ 1895년부터 생산된 사과주… 전시공간도 갖춰
이 하이킹코스에서 탄생한 지역 명품 중의 하나가 바로 아르본에서 만들어지는 사과주 `묄(Mohl) 아펠바인(Apfelwein)`이다. 묄은 아르본에서 생산되는 사과주의 브랜드로 회사는 `모스터라이 묄(Mosterei Mohl AG)`이다.
사과주는 원래 독일, 스위스 등지의 사람들이 즐기는 약한 술이며 그만큼 제품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맛과 향이 상쾌하면서도 감미나 향기나 진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식당에서 시킨 음식 고유의 맛을 고스란히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곁들이는 술이요 음료다.
아르본의 `묄 아펠바인`은 지역민은 물론 외지 관광객이 지역식당을 찾을 때 반드시 찾는 사과주로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연간 약 4만℃의 제품을 생산하며 80%는 지역 과수원에서 생산된 사과를 사용한다. 지역농민들과 협력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깊고 은은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묄 아펠바인`은 1895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레스토랑 등지로 공급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전통만으로 오늘의 `묄 아펠바인`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끓임 없이 소비자와 소통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르본에 있는 사과주 생산공장에는 공장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옛 사과주 생산도구 및 관련자료 전시공간이 별도로 갖춰져 있기도 하다.
■ 자연 속의 이벤트·관청과 소통하며 브랜드 키워
무엇보다 천혜의 자연조건에 자부심을 가진다. 아름다운 보덴호수가에서 생산된 청정 사과임을 홍보하고 있다. 초가을에는 아이들이 직접 볼 수 있도록 과수원을 통과하는 하이킹 체험 이벤트를 펼친다. 푸른 보덴호수가 펼쳐지는 가운데 각종 안내 패널에는 과일 키우는 법이 설명돼 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다.
관청과의 긴밀한 협조와 소통도 한 몫했다. 이 지역은 스위스 관광청으로부터 `패밀리 웰컴(Families Welcome)`이란 까다로운 인증마크까지 수여받은 곳이다. `존엔에케 보덴제 투르가우(Sonnenecke Bodensee Thurgau·햇빛이 잘 드는 보덴호수 투르가우)`라는 이름의 `햇빛이 잘 드는 보덴호수`에서 자란 과일과 채소로 만들어진 농·특산품들의 격조 높은 품질임을 스위스가 보장한다는 보증서다. 지역 농·특산품의 경쟁력 제고에 많은 것이 동원되고 있다.
■ 농·특산품 소비현장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
저녁 무렵 농·특산품들의 소비 현장인 식당을 찾기로 했다. 크로이츨링겐과 아르본 사이의 외곽지에 위치한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Rotes Haus)에 들어갔다.
호반의 도시 크로이츨링엔과 아르본 사이의 외곽지에는 로테스하우스와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이 중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레스토랑들은 이곳 청정호수지역 농·특산품의 직접적인 소비처이면서 생생한 광고탑 역할까지 해내며 지역경제에 일조하고 있다.
식당은 전형적인 시골 중세풍의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이었다. 2층 옥상에 걸린 화분들이 붉은 석양과 어울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슈트라세 18, 란트슐라흐트(스위스 북동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란트슐라흐트의 호수길 18번지)에 위치한 레스토랑 로테스하우스다. 작은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다. 인근 식당 대부분이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고 있으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지금도 그릇과 잔 등에서 중세풍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식당에 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 지역마다 천차만별의 맛을 내는 `퐁듀`
`퐁듀`를 먹어보기로 했다. 한국에는 김치와 불고기, 일본에는 스시, 프랑스에는 달팽이요리를 전통적 요리로 떠올리듯, 스위스하면 생각나는 요리가 바로 `퐁듀`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치즈로 유명하다. `퐁듀` 요리의 주재료인 스위스 치즈는 그 역사가 수백 년이 넘는다. 스위스는 세계 최상급인 치즈를 생산하는 곳이다. 아펜첼 치즈, 에멘탈 치즈, 그뤼에르 치즈…. 스위스 지역이름만 들어가면 세계 최고의 치즈가 되어버리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치즈에다 일정 비율의 화이트와인을 배합해 끓이면 `퐁듀`가 완성된다.
`퐁듀`의 맛은 지역마다 식당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퐁듀`의 매력일 수도 있단다. 어떤 치즈와 어떤 와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퐁듀`의 맛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로컬이 글로벌이다`라는 슬로건은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스토랑에서는 `퐁듀`의 재료인 치즈와 와인은 반드시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사용해 맛을 낸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각종 채소와 과일도 마찬가지다. 호숫가 청정지역 이미지를 최대한 살리며 최대의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 지역의 맛이 지역의 문화이자 경쟁력
이 지역의 맛이 바로 이 지역의 문화라는 것이다. “그것이 타 지역에서 우리 식당을 찾는 고객에 대한 예의”라고도 했다. 그래서 인근지역인 `에마팅겐 AOC(원산지 통제 명칭)`를 고집한다고 했다. 즉 주변지역인 에마팅겐(Ematingen)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와 치즈 등으로 `퐁듀` 맛을 낸다는 것이다.
에마팅겐포도주 역시 지역의 특산품으로 크로이츨링겐에 있는 루티스하우저(Rutishauser)라는 와인공장에서 만들어 진다. 포도주를 마시는 손님 식탁에는 에마팅겐이라는 상표가 찍혀 있다.
손님들 중에는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과 아펠바인을 마시는 이들이 섞여 있다. 곁들여진 아펠바인 역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아르본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들이 소비되고 있었다. 관광객과 외지인들이 흥겹게 감탄사를 연발하며 식사와 함께 잔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의 대부분 식당들도 해당 지자체와 긴밀히 협조하며 움직인다. 음식과 원료에서부터 주변 분위기까지 모든 것들이 체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음식 하나만 해도 그렇다. 그 지역의 음식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역사, 전통, 문화는 물론 의식과 수준까지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호숫가의 청정자연과 문화, 관청과의 긴밀한 협조 그리고 전략적인 이벤트와의 결합 등이 지역 농·특산품과 융합돼 브랜드 제고로 이어지고 있었다.
글 = <유럽경제문화연구소> 정리 = 권기웅 기자 pressk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