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옥 내달 40주년 공연 기자회견<BR>44년 지기 전영록 참석, 우정 과시
채은옥(61)은 1970년대 라이브 음악감상실에서 `여자 김정호`로 불렸다. 1973년부터 명동 오비스캐빈과 종로 쉘부르 등지에서 청바지와 통기타를 메고 허스키한 음색으로 노래하며 가창력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1976년 데뷔곡 `빗물`로 공전의 히트를 한 뒤 40년 동안 넉 장의 앨범만냈을 뿐이다. 이중 20여 년은 공백기로 대중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 지금 세대에겐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이 부른 `빗물`의 원곡 가수로 더 알려졌다.
그가 데뷔곡을 낸 이래 40주년을 맞아 올해 8월 신곡 두 곡을 낸 뒤 다음 달 생애 첫 단독 공연을 개최한다.
채은옥은 18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한 배경을 들려줬다.
“`빗물` 이후 1970년대 대마초 파동으로 10년을 쉬었고 다시 활동해보려고 `지울 수 없는 얼굴`을 냈는데 잘 안됐어요. 그때 음악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결혼을 했죠. 결혼하면서 10여 년을 다시 쉬었고 이후 노래를 다시 시작해 간간이 무대에 올랐어요.”
그의 44년 지기인 가수 전영록은 이 자리에 함께해 “채은옥 씨 뉴스를 보고 선친이 `친구인데 넌 안 했느냐`며 매일 방을 뒤져보기도 했다”고 짓궂게 분위기를 띄웠다.
당초 채은옥은 신곡을 내면서 공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콘서트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 소속사 김철한 대표가 자신감을 심어주고 일을 벌였다. 얼떨떨하다”고 웃었다.
또다시 용기를 내는 데 있어 `빗물`을 재조명해준 `수상한 그녀`도 작은 힘이 됐다고 했다.
쑥스러워하는 채은옥을 위해 지원군으로 나선 건 전영록이었다.
전영록은 “채은옥은 오비스캐빈에서 양희은, 서유석 씨 등과 함께 노래해 사실 데뷔 44년째”라며 “그때 팝과 포크, 블루스를 열창하는 채은옥을 만나 나와는 데뷔 동기이자 44년 친구 사이다. 너무 노래를 잘하고 목소리가 깊어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여자 김정호`를 만나러 간다고들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채은옥은 “나도 이렇게 작은 애가 노래를 잘하나 싶었다”고 화답하며 “알고 보니 배우 황해, 가수 백설희 선배님의 아들이라고 해서 더 유심히 봤다. 내가 나이를 한 살 속여서 친구를 먹었다. 실제는 내가 한 살 더 적다. 그때 난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남자 같았는데 음악을 하려면 여성스러우면 힘들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전영록은 최근 자신이 작곡한 곡을 처음으로 친구에게 선물했다고도 했다.
채은옥은 “전영록이 40년 만에 곡을 준다는 건 친구로서 용서가 안 된다”며 “나도 치사해서 달란 말도 안 했는데 이번에 `곡 하나 줄 수 있어?`라고 물어 겨우 한 곡 받아냈다. 빨리 녹음하라고 자꾸 재촉한다”고 티격태격하면서도 끈끈한 우정을 보여줬다.
11월 2일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릴 채은옥의 40주년 공연은 음악다방 형식으로 꾸며진다.
채은옥은 “신곡 `고마워요`와 `입술`을 비롯해 지금껏 발표한 넉 장의 앨범에서숨겨진 곡을 다시 편곡해 총 20곡 정도를 들려준다”며 “내가 정말 아끼는 곡들을 많이 있어 이번에 그 곡들을 끄집어낸다”고 설명했다.
공연 게스트로는 가수 유익종과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함께한다. 서울 공연을 마치면 내년부터 투어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간 무대에 미련이 없었다는 채은옥은 “이번에 복귀하면서 날 지지해주고 밀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걸 실감했다”며 “사실 내가 혼자인지 알았다. 그런데 일을 진행하다 보니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다는 걸 알면서 감사함을 느꼈다. 노래하고 있다는 게 행복했다”고 말했다.
기획사 아트인터내셔널의 김철한 대표는 “채은옥 씨가 노래만큼은 자신 있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래만 하겠다고 했다”며 “공연도 반응이 좋아 매진 직전이다.
중장년 문화를 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