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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동다리

등록일 2016-10-13 02:01 게재일 2016-10-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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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전 세계가 상처투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을 비롯한 여러나라들이 테러 때문에 큰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이번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에티오피아, 미국 등이 자연이 보내는 엄중한 경고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치 거울이라도 비춰 놓은 것 같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놀란 토끼가 됐다. 강진과 화산폭발, 18호 태풍 차바와 괴물 허리케인 매슈! 이들은 어디 한 번 막아 볼 테면 막아 보라는 듯이 작정을 하고 인간을 실험했다. 자연과 인간의 대결? 인간의 방패는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했다.

개발 지상주의 늪에 빠진 인간들은 그 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착각하며 살았다. 자신들이 계획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착각에 빠진 인간들은 자연을 무참하게 파헤쳤다. 그 결과 인간들은 편리(便利)를 얻었다. 그 편리는 중독(中毒)을 낳았고, 중독은 다시 내성(耐性)으로 이어졌다. 내성이 생길대로 생긴 인간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됐고, 그럴수록 인간들은 자연을 더 심하게 파헤쳤다.

그런데 파헤쳐진 것은 자연 뿐만이 아니었다. 인간들은 몰랐다. 자연이 파괴되는 것에 비례해 자신들도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이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의 자기부정은 자연보다 자신들을 더 파괴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그 힘은 인간들에게서 인간성(人間性)을 지워버렸다. 그래서 지금을 사는 많은 인간들에게는 인간성이 없다. 언론들은 인간성 상실이 불러일으킨 끔찍한 사건사고 소식을 매일 인간들에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들이 받는 충격은 잠시 뿐이다.

내성강한 인간들은 그 충격을 이겨내는 처방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망각(妄覺)이다. 그 망각은 충격의 강도를 계속해서 높였다. 이제 인간들은 웬만한 사건 사고 소식을 들어도 놀라지 않는다. 그런 인간들에게 역사는 더 이상 아무런 가치 없는 단순한 물리적인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했다. 이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사는 아름다운 인생들이 있었고, 그들 때문에 역사는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흐르고 있다. 왜 그렇게 단정하느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지금의 우리 사회 모습을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 중에서 최소한의 기본(基本)이라도 지켜지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필자가 보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기본이 없는 사회다. 정치, 경제, 교육 등 그 어디에도 기본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말만 하는 정치에서 우리는 절대 기본이라는 것을 찾을 수 없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볼모로 잡고 진행 중인 여러 파업(罷業) 현장들에서도 우리는 기본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학생 인권(人權)과 교권(敎權)을 두고 싸우는 교육계에서는 기본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조차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기본이 가장 우선 시 되어야 할 가정, 국방, 스포츠 등에서 제일 먼저 기본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기본이 부재한 것이 아니라 기본이 바뀌었다고, 그 바뀐 기본은 바로 돈이라고, 철도가 멈춰 선 것도 돈 때문이고 정치가 썩은 것도 돈 때문이라고.

저성장과 경제 불황에 빠진 이 나라를 다시 발전의 대열에 올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사회는 거울을 비춘 것처럼 모든 분야가 똑같이 어렵다. 이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절망에서 희망으로 건너올 색동다리를 놓아야 한다. 더 이상 이기적인 마음으로 만든 부실한 다리는 안 된다. 우리 민족 모두가 희망으로 건너갈 색동다리를 건설하기 위해서 우리는 기본 중 기본인 공자의 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군자 구제기(君子 求諸己), 소인 구제인(小人 求諸人). (군자는 자신에게서 과실이 있는지를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그 잘못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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