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깃거리가 풍요로운 사회는 분명 건강한 사회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움직임이고, 일이기 때문이다. 일이 있다는 것은 활동, 즉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너지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야기도 많다.
대표적으로 그리스가 그랬다. 아직도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열광한다.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한한 에너지를 얻고 있다.
이야기는 문화(文化)다. 문화가 다채로운 사회일수록 이야기도 다양하다. 문화가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이야기가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선진 문화를 가진 나라일수록 당연히 이야기 수준도 높다.
수준 높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느낌으로 안다. 폭력, 배신, 거짓, 미움 등은 분명 이 이야기 범주에 포함되지 않지만, 사랑, 나눔, 배려, 희생 등은 포함 될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의 이야기 수준은 어떨까. 그냥 보기에는 이야기가 참 많은 것 같다. 24시간 하는 뉴스 시간이 모자라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그 이야기라는 것들이 모두가 어둡고, 무겁기만 하다. 그리고 간혹 역한 냄새까지 낸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정치 이야기다. 국민을 위하고, 또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이지만 이 나라 정치는 그렇지 않다. 국민들은 정치 이야기를 들으면서 희망을 얻기는 커녕 절망감만 느낀다. 이 나라에서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파렴치(破廉恥)`다.
파렴치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 국회는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이야기들이 생산되는 이야기 제작소다. 그들에게 국민들은 안중에 없기에 그들은 국민들이 열 받는 것쯤은 그냥 가벼이 넘긴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영화가 잘 되는지도 모른다. `내부자들`을 비롯해 천만(千萬) 영화들의 이야기 기저에는 대한민국 정치가 직간접적으로 들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나라의 파렴치한 정치인들도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봐 줄 수도 있겠다. 그런데 한숨이 더 크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 국민들은 언제까지 절망적인 정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노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 정치 이야기 중에서 사람들을 급(急) 분노케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선(大選) 이야기다. 분명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과 파렴치한 정치인들은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통칭하여 사람들은 `반·문·안`이라고 한다. 이 중 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시장 돌기에 바쁘다. 정말 그들이 언제부터 시장 상인들을 그토록 생각했을까.
힘을 합쳐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을 이야기하는 이 나라 정치야말로 하류 중에서도 하류다. 대통령 임기 보장법이라도 만들든가, 아니면 대통령 잔여 임기 몇 개월 전에는 절대 다음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 나라 정치는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정치가 시끄러우니 이 나라 모든 것이 시끄럽다. 나라 경제는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불황의 아우성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기본(基本)을 빼앗아 갔다. 기본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9월은 너무도 시끄러웠다. 그 시끄러움에 달리고 싶은 철마(鐵馬)는 멈춰 섰다. 누군가는 불편하지 않다는 대자보를 썼다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은 불편해 하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국방, 교육 등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어떤 것들에서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찾을 수 없다.
10월을 하늘연달이라고 한다. 하늘이 열렸다는 것은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는 것이다. 이 나라의 첫 이야기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이다. 땅도 안정을 찾고, 이 나라 모든 것들이 안정을 찾아 대한민국이 힘차게 나아가는 희망찬 이야기들이 가득한 홍익인간의 10월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