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등대지기` 노랫말과 `거룩함`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한겨울에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모질게도 이 바람이 저 바다를 덮어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천지를 흔든다
이 밤에도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한 손 정성이여 바다를 비춘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테고, 그럼 이 노래의 작사자는 누구인지 아시는지? 혹 고은의 시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고은의 노래로 알려진 이유는 1981년, 그러니까 4차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부터 이 노래가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 실렸는데 그가 작사자로 기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47년에 일본의 초등 교과서에도 이 노래가 실렸고 작사자는 가쓰 요시오(勝承夫)로 적혀 있다. 물론 가사는 번안도 아닌 번역이라 할만큼 비슷하다. (여기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김동환의 <동요 `등대지기`의 원곡을 찾아서>라는 글을 참고하시길. 구글에서 검색하면 이 기사를 볼 수 있다.)
등대나 겨울 바다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였는데 왠지 시들해진 느낌이다. 작사자가 명확하지도 않은 노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것도 교과서에 버젓이 실어 놓았으니 말이다. 36년이나 일본에 휘둘려 놓고 그걸로도 모자라 일본 교과서를 베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 짝이 없다. 노벨문학상을 받겠다고 떠드는 고은이라는 양반도 답답하다. 자기가 작사도 안한 노래에 자기 이름이 붙었는데도, 그걸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니 말이다. 참, 이거야 원!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 곡의 작사자가 누구이든 가사가 좋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작은 섬으로 파도가 몰아친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작은 섬이 그 파도를 불러들인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작은 섬이 사나워진 파도를 모으면, 어두운 밤 길 잃은 배들은 파도를 따라 섬으로 떠밀릴 것이고, 그러다 암초에 부딪쳐 배들은 부서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작은 섬에 홀로 등대를 지키는 사람이 있어, 섬이 파도를 모으는 반대 방향으로 빛을 비춰 줄 테고, 그러면 길 잃은 배들은 그 빛을 길잡이 삼아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을 테다.
△국립등대박물관과 호미곶등대
포항 호미곶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는 체험관, 등대관 등이 있다. 또 야외전시관에는 우도등대, 영도등대, 독도등대를 비롯하여 종류도 많고 그 모양도 다채로운 우리나라의 온갖 등대들이 미니어처로 만들어져 앙증맞게 전시되어 있다. 물론 `등대지기`의 노랫말도 고은이라는 이름과 함께 한쪽에 부조되어 있다.
이 박물관에서 가장 볼 만한 건 뭐니 뭐니 해도 호미곶등대다. 아니 정확히는 호미곶등대가 이 박물관을 이곳으로 불러왔을 것이다. 이 등대가 세워진 이유를 말하자니 또 한 번 씁쓸해진다. 일본의 수산실업전문학교 실습선이 우리나라 연안을 탐색하다가 대보리 앞바다에서 암초에 부딪쳐 좌초했고, 일본은 조선정부에 손해배상을 하라고 생떼를 부렸고, 힘없는 우리 정부는 이 등대를 짓는 것으로 손해배상을 대신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26m에 달하는 이 등대는 철근을 사용하지 않고 벽돌만으로 지은, 팔각으로 된 순백의 건물이다. 굴욕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건물은 미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득, 이제 곧 들어오게 될 사드는 오랜 시간이 지나 유명무실해질 때 얼마나 흉측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남겨지고, 또 얼마나 추악하게 추억되려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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