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인호씨가 이런 글을 적었습니다. “어느 날 병원 복도에서 마주친, 천사와 같은 머리 깎은 어린 환자의 눈빛을 보았을때, 나는 남몰래 눈물을 흘리면서 절규했다. 그렇다면 주님, 저 아이는 누구의 죄 때문에 아픈 것입니까? 자기의 죄입니까? 부모의 죄입니까? 그때 주님은 내 귓가에 속삭이셨다.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탓도 아니다. 다만 저 아이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요한 9,3)”
고통 중에 있을 때,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사랑스러운 자녀`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녀인 나를 통해 당신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함임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보십시오. 고통 중에 있을 때, 아픔 중에 있을 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지? `왜 저에게 이런 일이, 왜 저에게 이 같은 비난의 말이, 왜 저에게 이 같은 오해가, 왜 저에게 이 같은 시련이?` “이런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루카 21,13).” 삶의 여정 가운데 고통이란 없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기만을 바라며 발버둥 친다면 우리는 `십자가의 신비`를 깨달을 수 없을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 달리신 아들 예수님을 보십시오. 아들 예수님을 통해 놀라운 일을 드러내시는 성부의 뜻을 보라는 것입니다.
지금 나에게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내 스스로 하느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을 때, 내 안에서 이루시는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우리는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바로 평신도로서 우리들이 증거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