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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сургалт)과 나눔(хуваа|х), 그리고 지구(дэлхий)

등록일 2016-07-05 02:01 게재일 2016-07-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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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세계시민교육의 현장을 찾아서 (2)
▲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사

“칙치~ 치네 비~셰~ 치헤~ 어~러 ~오가나 티~ 메 호 아잉! 거여 거여 거여~”

배경지식 없이 글자만 보면 무슨 암호나 주문으로 착각할 것이다. 인용 문장은 몽골 동요 “거여 거여(А ГОЁО ГОЕ)”의 가사 중 일부이다. “А ГОЁО ГОЕ”는 우리말로 “좋아! 좋아!”로 번역된다.

보통 문화 교류를 생각하면 문화 성숙도 측면에서 앞선 나라가 뒤쳐진 나라를 가르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방적인 시혜(施惠)에 그치지 않아 상대국가에서는 문화 위축감은 물론 문화 박탈감까지 느낄 지도 모른다.

대상이 어린 학생이라면 그 정도는 더 클 것이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 문화 교류라기보다는 문화 원조이다.

나눔을 아는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교류와 원조의 차이점을 안다. 그래서 학생들은 5월 이전부터 몽골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몽골 원어민 선생님을 초빙해 매주 2회에 걸쳐 몽골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위에 든 몽골 동요이다.

학생들은 문화 교류 첫 번째 순서로 몽골 학생들에게 몽골 동요를 들여 줄 계획을 세웠다. 몽골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곰 세 마리`를 준비한다는 소식에 학생들은 더 신나게 준비했다.

학생들은 단체로 몽골 문화를 공부하는 동시에 여섯 개 조로 나뉘어 몽골 학생들에게 소개할 우리 문화를 찾았다. 학생들이 찾은 우리의 것은 `사물놀이, 태권도, K-POP, 윷놀이, 공기, 제기차기`.

해야 할 일이 정해지자 그 때부터 학교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쉬는 시간마다 사물 가락과 K-POP이 울려 퍼졌다. 태권도의 박력 넘치는 기합소리에 5월은 더 싱그러워졌다. 학교 전체가 한국과 몽골이 어우러지는 지구촌 학습장이 되었다.

궁하면 통한다(困窮而通)고 했다.

모든 것이 넘치는 시대여서 그런지 사회 전반적으로 궁하다는 말의 의미가 잘 전달되지 않는 지금이다. 궁한 것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아까운 것을 모른다. 아까운 것을 모른다는 것은 귀한 것을 모른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넘치는 것에서 소외된 학생들이다.

부족함을 아는 학생들은 그것을 채우는 방법도 안다. 한국 전통놀이를 몽골어로 설명하는데 한계를 느낀 학생들은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 몽골 원어민 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을 위해 기꺼이 귀한 시간을 내어주셨다.

학생들은 스스로 몽골어로 된 설명서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몽골에도 우리와 비슷한 전통놀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세계시민이 되어 갔다.

지난 6월 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는`한·몽 청소년 문화교류`를 알리는 우리의 신명 나는 사물 가락과 K-POP, 그리고 우렁찬 태권도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이 몽골 동시로 길을 열었고, 몽골 전통 의상인 델을 입은 몽골 청소년들이 몽골 전통 춤으로 화답했다.

이 학생들에게 다른 언어는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는 사다리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국 학생들의 웃음소리는 몽골의 푸른 하늘보다 더 높아갔다. 그 웃음소리에서 양국 학생들이 만들어갈 더 나은 세계 미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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