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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존도 줄이고 풍부한 R&D 활용 업종다변화해야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6-06-24 02:01 게재일 2016-06-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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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철강위기 극복 해법은
▲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내 젊은 창업자들이 자신이 개발한 첨단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철강도시 포항이 위기다. 포항제철소가 가동된 이후 불황을 모르던 포항이 불과 3~4년전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포항경제를 지탱해 오던 포스코의 경영상태가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경영 기상도도 불투명하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철강공단 내 다른 업체들의 경영상태도 심각한 상태다. 어느 곳 하나 희망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지난 IMF 외환위기도 끄떡없이 극복해 낸 포항 아닌가. 그 저력을 이제부터 발휘하자. 철강 빅3 휘청… 민생경제도 타격

뼈깎는 구조조정과 정부 지원 필수

인프라 활용 미래 먹거리 찾기 시급

◇포항경제 버팀목 철강산업 휘청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로 50여 년간 포항경제를 견인 해 온 철강산업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철강의 주 공급처인 조선과 건설·건축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포항철강공단 업체들도 덩달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스코를 비롯 포항철강공단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대·중소기업 285개사가 입주해 있는 국내 최대의 철강집약지다. 지난 2014년 기준 총 생산액 17조590억원을 기록했으나 작년에는 13조7천680억원으로 무려 19.3% 줄었다. 올해는 또 얼마나 감소하게 될지, 우려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수출과 수입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포항세관 통관기준으로 수출은 74억5천200만 달러로 전년도 103억3천500만 달러와 비교해 29억 달러 줄었다. 수입도 62억1천700만 달러로 전년도 99억200만 달러보다 37억 달러나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12억4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도 4억3천300만 달러와 견주어 3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수입액 감소 폭이 수출액 감소 폭보다 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더구나 수입은 20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여 철강공단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생산이 줄다보니 업체별 직원 수도 크게 줄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고용인원이 1만5천369명으로 전년도보다 776명이 감소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포항철강관리공단 안대관 관리이사는 “세계적 침체여파가 언제 회복될지 현재로서는 점치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특단대책이 없는 한 휴폐업 업체는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해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지난해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포항 민생경제도 덩달아 직격탄

철강기반이 무너지자 포항 민생경제도 덩달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철강업이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9년 포스코가 포항시에 낸 지방세는 918억원이었다. 그 뒤 철강경기 침체로 2010년부터 500억원대로 뚝 떨어지더니 올해는 242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올해는 200억원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포항시가 세수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공단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자 포항시내 술집과 식당, 유통업체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루던 쌍용사거리(쌍사)와 영일대해수욕장, 문덕 신흥유흥지 일대는 요즘 밤 11시 이후에는 조용하다. 식당과 술집들은 일찍 문을 닫았고, 그나마 영업하는 곳에도 손님이 뜸하다.

쌍사에서 식당을 하는 이동률(52)씨는 “정말 예전 같지 않다. 불과 2~3년전만 하더라도 손님들이 많아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는데 지금은 너무 한가하다”면서 “이 상태로 가다가는 식당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 포항제철소 내 고로 개보수 작업광경.
▲ 포항제철소 내 고로 개보수 작업광경.

◇정부 철강 구조조정 지원책에 기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빅3사는 정부의 조치이전에 자발적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제품별 수급 전망, 적정 설비,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담긴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스턴 컨설팅에 의뢰해 놓고 있는데, 오는 7월말께 나올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8월 시행할 이른바 `원샷법`(기업활력제고 특별법)에 철강업계가 의뢰한 이 연구용역 보고서 진단결과를 적용시킬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데 이어 올해 추가로 35개를 매각 또는 청산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인수·합병하고 인천공장 설비 일부를 폐쇄하는 등 자체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조선에 들어가는 후판 생산량은 줄었으나 건설과 자동차 강판 실적이 좋아져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국제강도 지난해 포항 2후판공장을 폐쇄하고 당진공장으로 후판 생산을 일원화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이밖에 세아제강, OCI, 조선내화, 삼원강재, 넥스틸, TCC동양, 제일테크노스, 코스틸 등 포항철강공단 내 대부분의 기업들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나주영 포항철강관리공단 이사장은 “철강분야 구조조정에 대한 연구 용역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분명 고통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면서 “철강업종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포항제철소 내 용광로 작업광경.
▲ 포항제철소 내 용광로 작업광경.

◇미래먹거리 위한 업종다변화 시급

철강업종의 사양화와 함께 포항도 이제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업종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포항에 현존해 있는 풍부한 R&D연구기관 인프라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 포스텍과 한동대 등 대학을 위주로해서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포항테크노파크, 방사광가속기, RIST, 철강대학원, 로봇연구소 등 이들 기관을 활용한 미래먹거리 산업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상의 김상태 사무국장은 “철강업에 의존도가 높았던 포항이 철강경기가 나빠지면 덩달아 실물경제도 나빠지게 마련”이라면서 “이제부턴 철강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잘 갖춰진 인프라를 활용한 업종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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