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울산·경주 인구 200만 `해오름동맹`
이달말 동해안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울산~포항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뻥뚫인 길을 끼고 울산과 포항, 경주가 해오름동맹의 연합체를 탄생시킨다.
포항은 세계적인 철강경기 위축으로, 울산은 조선경기불황으로 큰 위기에 봉착해 있고 장기화하는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철강산업과 화학조선업을 기반으로 한국의 산업근대화에 선도했던 두 도시는 직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느냐 쇠락하느냐 갈림길에 서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해오름동맹이란 돌파구를 찾아냈다. 자치단체가 무한 경쟁시대에서 상호협력을 통한 상생의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세 도시가 가진 장점공유해 도시간 협력기제를 새롭게 창출하고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메가시티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의 수도 경주를 중심으로 울산과 포항은 삼국통일을 완성하고 찬란했던 신라 천년 문화를 이룩했던 중심 고장이다. 세 도시는 이제 역사를 뛰어 넘어 화려했던 신라의 융성시대를 재현하고자 다시 힘을 합쳤다.
포항~울산 고속도 30일 완전개통 맞춰 출범동해안연구개발특구 지정 등 민·관·산·학 협력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가시티`로 발전 기대
□ 울산~포항고속도로
울산~포항 고속도로가 오는 30일 마침내 완전 개통된다.
총 2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울포고속도로는 지난 2009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해 울산광역시 범서읍에서 포항시 오천읍 문덕리까지 총 연장 53.7km로 건설됐다. 분기점(JC) 1곳과 나들목(IC) 4곳, 휴게소 2곳, 터널 23곳(24.6km), 교량 52곳(9.5km)이 만들어졌다.
한국도로공사 울산포항건설사업단은 고속도로 전체구간 중 울산JCT~남경주IC, 동경주IC~문덕IC(남포항)구간을 지난해 말 부분 개통했었다.
난구간인 토함산 하부를 관통하는 동경주IC~남경주IC 구간의 양남터널 공사를 마무리하고 이날 완전 개통하는 것.
양남터널은 경주시 외동읍과 양북면을 잇는 연장 7.5㎞의 국내 3번째로 긴 장대터널이다. 이 구간은 퇴적암, 흑색셰일 등의 연약한 토질과 20여개의 단층대가 존재하고 있어 최대 난공사 구간으로 굴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울포고속도로는 기존 울산~포항 간 74.5km 거리를 53.7km로 20.8km 단축해 통행시간을 기존 60분에서 32분으로 28분 줄이게 된다.
상습정체구역으로 악명높았던 7번 국도와 14번국도의 울산-경주구간, 31번국도 경주와 포항구간 상습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도로는 또 울산~경주~포항 간을 최단 거리로 연결해 산업물동량의 원활한 소통으로 연간 1천304억원의 물류비용 절감으로 산업경쟁력이 대폭 개선되는 등 두 지역간 경제와 문화, 교육, 관광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획기전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 해오름 동맹
울포고속도로가 개통하는 날 울산과 포항, 경주시는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다. 세 도시간 연합체인 해오름동맹이 발족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3개 자치단체장들은 지난해 12월 울산~포항 고속도로 1차 개통 때 만나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으로 3개 도시가 한층 가까워지면서 공동 발전을 이뤄 나가자고 의기투합했고 고속도로 완전 개통일에 맞춰 해오름동맹이 마침내 출발하게 된다.
울포고속도로가 해오름동맹을 발족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만 세 도시는 삼국시대 신라의 영토를 구성했던 지형적,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다.
신라의 뿌리라는 동질성과 함께 동해안을 끼고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라는 지형적 특징도 공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출 시각은 위도, 경도 및 고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진 채로 자전 및 공전하기 때문이다. 낮이 가장 긴 하지를 전후한 5, 6, 7, 8월에는 포항시 호미곶, 밤이 가장 긴 동지를 전후한 11, 12, 1, 2월은 울산 간절곶, 두 지역 사이에 있는 경주 문무왕릉은 3, 4, 9, 10월에 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바로 해오름 동맹이란 이름이 생겨난 배경이다.
해오름 동맹 협약에는 비전 설정과 공동연구용역, 회의 정례화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을 계획이다.
3개 도시 간 상생협력을 위해 동해안 연구개발 특구 지정을 비롯해 대학간 협력, 산재모병원 건립 공동노력, 울산항 및 영일만항 컨테이너부두 연계활용 방안, 중국 자매우호도시 산업연수와 경제교류 공동 추진 등 경제 산업 분야의 협력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간 교류 협력은 이미 구체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포스텍과 울산대학교는 지난달 25일 경주 현대호텔 컨벤션센터에서 `Univer+City`를 선포했다. 산·관·학 협력을 통해 포항과 울산 두 도시의 상호발전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국가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산업연계 프로그램은 포스텍이 보유한 기술을 기업에 공개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에 연구진을 직접 연결시켜주는 중개자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위해 포스텍이 수행한 모든 연구를 기업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정보 포털을 오는 하반기부터 오픈할 예정이다.
리서치 허브는 지역 내 유망 강소기업,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 혹은 잠재력과 역량을 갖춘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 내 융합공학동(C5)에 저렴한 임대료로 입주해 △연구장비 활용 △산학공동 연구 수행 △컨설팅 등의 지원을 받도록 해 지역 내 강소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오름동맹은 이와 함께 울산~경주~포항 간 국도 31호선 확장·포장 조기 준공 등 사회간접자본(SOC)분야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활용방안 공동개발 추진 등 환경생태분야의 협력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고래축제(울산)와 국제불빛축제(포항), 벚꽃축제(경주) 등 대표 축제를 연계해 개최하는 방안과 스포츠 교류, 전통시장 간 상생교류 등도 추진한다. 나아가 연계 발전 종합계획 수립 용역과 바이오산업 신약개발연구소 유치, 수소차 및 연료전지클러스터 구축, 생명공학 분야 등의 발굴 사업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3개 도시가 동맹을 하면 인구 200만 명, 수출액 844억 달러(지난해 기준), 올해 당초 예산 규모 5조5834억 원의 대형 도시연합체가 탄생하게 된다.
포항과 울산의 산업기반과 천년고도 경주의 인문과 역사, 관광, 휴양 도시의 특성이 한데 어울어지고 세 도시가 공유하고 있는 해양자원을 이용한 해양관광, 환동해안 물류거점 도시 육성 등 무한한 시너지효과를 창출, 지역 상생발전의 모델로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