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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개헌론

등록일 2016-06-17 02:01 게재일 2016-0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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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개헌논의가 20대 국회 문을 열자마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4년만에 야당출신으로 국회의장을 맡게 된 정세균 의장은 지난 13일 개원사를 통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 정 의장은 16일 취임 간담회석상에서도 “개헌논의가 쭉 돼 왔는데 그냥 논의만 할게 아니라 매듭지을 때가 됐다”, “세계가 급변하고 있는데 개헌논의도 과감해질 때가 됐다”며 강력한 개헌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예전부터 4년 중임제와 함께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의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정 의장은 또 신임 국회 사무총장에 19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 154명으로 구성된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간사를 맡아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꼽히는 우윤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해 자신의 개헌 의지를 또다시 드러냈다. 정 의장의 개헌의지를 반영하듯 `개헌 전도사` 우윤근 내정자는 국회 내 개헌특별위원회 설치를 제안해 개헌론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무엇보다 개헌론에 무게를 실어준 것은 4·13총선에서 대구 동구갑에 이른바`진박(眞朴)` 후보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정종섭 의원이다. 서울대법대 학장을 지낸 헌법학자 출신인 정 의원은 최근 “올 연말까지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현행 정치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극단적 정치 대립을 낳았다”면서 “정치권과 학계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빨리 시작하면 연내 개헌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여론이 개헌에 우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의 개헌론 열기를 부추기는 데 한몫하고 있다.

16일 리얼미터가 CBS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19세 이상 성인 515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중 69.8%가 개헌론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12.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여권 관계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4년 차를 맞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면 20대 국회가 “개헌으로 시작해 개헌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이른바 `블랙홀 효과`를 우려하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87년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다”면서도“범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여의도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하는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국민은 경제 살리기, 청년 일자리 등 먹고사는 문제와 고단한 삶의 문제를 정치인들이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는 데, 개헌 논의가 여러 현안 의제 중 우선순위에 자리 잡을 경우 과연 그것이 국민적 동의와 추동력을 담보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87년 헌법은 6월 민주화운동의 결실로서 단임제 대통령, 평화적 정권교체 등 민주주의발전에 큰 업적을 낳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30여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87년 체제는 대통령직선제에 집중하다보니 시민기본권 등에서 많은 부분이 누락됐다. 그 이후 다가온 지방자치·정보화시대 등 새로운 시대가치 역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시대변화의 흐름과 미래대비를 위한 가치를 담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커지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에 따른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비용, 지방자치 25여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시민기본권의 피해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이제 이 모든 부조리와 비합리를 털어내고 새출발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쪼록 87년 체제의 적폐를 개선하려는, 뜻있는 시민사회와 정치세력들의 노력이 새롭게 논의되는 헌법에 오롯이 담겨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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