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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아버지의 사랑

등록일 2016-06-16 02:01 게재일 2016-06-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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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준홍신부·신동본당 주임
일본 나가사키 성지 안내를 약 40번 정도 했습니다. 순례 동안 188위 복자 `바오로 우치보리`와 아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박해 시대에 바오로는 3명의 아들을 가진 아버지였습니다. 바오로를 배교시키기 위해 관리들은 협박과 감금, 갈취와 고문을 했습니다. 바오로는 아무리 해도 배교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바오로의 아들을 잡아 와서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을 아버지 바오로가 보는 앞에서 잘랐습니다. 그 중에는 5살 된 이냐시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바오로가 배교하지 않자 관리들은 아들을 차가운 바다에 빠뜨려 죽였습니다. 아버지 바오로는 이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끝까지 바오로는 배교하지 않았고, 큰 아들은 “이런 큰 은혜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순교했습니다. 후에 바오로도 운젠의 지옥 열탕 고문을 받아 순교했습니다. 순례 차량 안에서 이 설명을 들은 순례객들의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순교의 모습에 감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어떻게 그렇게 모진 아버지가 있느냐며 화를 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자신은 순교할 수 있어도, 자식을 가지고 협박과 회유를 한다면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창세 22, 1~2 등에는 아들 이사악의 생명을 하늘에 바치려는 모진 아버지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복음에는 후에 사랑하는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집니다. 아들의 생명을 하늘에 바치려는 아버지가 모질게 느껴지십니까? 아버지가 아 들을 사랑하지 않은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로 요약되는 마르 9, 2~10에 나오는 아버지는 정말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였습니다. 바오로는 이 세상에서 누리는 생명보다 하늘나라의 생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 주고 실천했습니다. 아들의 고통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아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 참았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느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세상 어떤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음을 알고 아들을 바쳤습니다.

아들의 생명이 이 세상에서 끝날지라도, 하느님이 아들의 생명을 이끌어 주심을 믿고 따랐습니다. 성부께서는 사랑하시는 아드님 예수님이 죽음으로 내려가지만, 다시 살아난다는 것을 아시고 아드님의 뜻을 받아들이셨습니다. 바오로도 아브라함도 성부께서도 모진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을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아들의 생명을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자녀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진정으로 자녀를 사랑한다면 지금 모질게 보일지라도 하느님의 뜻에 맡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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