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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망론

등록일 2016-06-03 02:01 게재일 2016-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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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반기문 대망론`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대권 잠룡들이 총선에서 낙선하는 등 타격을 입은 여당은 반기문이란 카드를 잡기 위해 환영의 손짓을 보내는 모양새인 반면 야당은 대권후보군이 나름 정립된 상태여서인지 반 총장의 발언과 행동이 적절치 못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대권도전에 대해 언급을 피해왔던 반 총장은 최근 방한에서 “유엔여권을 갖고있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한국의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 지 그때 가서 결심하겠다”고 말해 대권 출마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방한 이후 모 여론조사기관이 대권주자 지지도를 조사하자 여야의 유수 주자를 제치고 1위로 나타나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반 총장의 후배들이 반기문 총장 퇴임후를 위해서 재단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실상 대권 행보를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단설립을 통해 기반을 다졌고, 안철수 또한 재단설립 이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대망론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론주도층 가운데 상당수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보도처럼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과연 대통령이 되면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과 일본의 역사갈등에서도 제대로 된 중재역할을 하지 못했고, 미국과 중국이 개입된 소규모의 분쟁에서도 상임이사국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필자 역시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반 총장이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대권주자로 떠오른 것은 한국 외교사 최초로 UN 사무총장이란 직책을 맡아 나라의 이름을 드높였다는 이유 때문이지만 해외 언론에서 반 총장의 직무성과에 대한 평가는 매우 인색하거나 아주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UN이란 국제기구에서 사무총장으로서 활동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반 총장이 국제사회에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사회에서 반 총장의 위상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은 반 총장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반 총장이 UN 사무총장으로서 공직을 마무리한다면 모르지만 대권 주자로 나서는 순간 수년동안 쏟아져 나온 해외언론의 부정적인 평가 보도가 반 총장의 외교적인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평생을 외교공무원으로 근무한 반 총장에 대한 정치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큰 위험부담이다. 대권주자가 되면 장관 청문회 수준의 검증과는 전혀 다른, 아주 높은 강도의 검증과정에 돌입한다. 이 과정을 반 총장이 큰 상처없이 통과할 수 있을까. 녹록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으로 어수선한 여당내 역학구도 가운데 반 총장이 대권후보로서 연착륙하기에는 정치적 기반이 너무 없다는 것도 대망불가론의 이유다.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친박계가 반 총장을 영입해 대권주자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당내기반이 전혀 없는 반 총장이 정권 말기에 접어들어 힘을 잃어가는 청와대, 민심의 역풍을 맞고 있는 친박계의 지지로 비박계와 여권 잠룡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여권 주자로 자리잡기란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반기문 총장이 한국외교사에 쾌거로 기록된 `한국 최초의 UN 사무총장`이란 영광스런 타이틀을 대권이란 이름의 늪에 빠져 더럽히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반 총장은 외교관으로서 세계에 족적을 남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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