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통일이 소원인가? 정말 간절히 바라는가? 하느님께서 이루어 주 실 거라고 믿는가? 기도하는가? 기도한 바를 노력하는가?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젊은이들과의 대화 일부분이다. “통일을 원하느냐?” “원한다” “그 통일을 위해 우리 각자가 무엇을 해야 하나?” “묵묵부답! ? !” “지금 여기서 옆 사람과 화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산길은 자꾸 다니다보면 넓고 편한 길이 되어간다.”
우리는 정치, 사회적으로만 아니라 대화를 통해 경제, 문화적 교류와 대북 지원 등의 노력을 해 오고 있다. 인식과 이해의 차이를 어렵게 극복하고, 남북 관계가 좀 진전이 되나 싶으면 으레 교류 중단이나 도발이 터진다. 그리하여 국민 정서도, 교회 내 정서도 찬반으로 갈릴 때가 있다. 막가자는 식의 북한 태도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현실 앞에서 화해와 일치를 통한 통일을 꿈 꿀 수 있을까?
오늘 우리는 교회에 맡겨진 화해의 사명을 기억하면서, 오늘 말씀에 비추어 우리 자신이 민족 화해와 일치라는 이 사명에 얼마나 충실하였는지 반성해 보아야겠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장 큰 힘은 `기도`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지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것이다”(마태 18, 19). 독일이 통일의 길로 나아갈 때, 독일 교회는 인도적 지원과 교류사업도 펼쳤지만, 주목할 것은 지속적인 기도 운동을 펼쳤다는 것이다. 매주 월요일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 교회에서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회가 있었다. 1980년 20여명으로 시작된 기도회가 1989년 10월 9일(12만명)까지 이어졌고, 이 기도 운동이 독일통일의 원동력이 되어 한 달 뒤 1989년 11월 9일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던 것이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흩어버리신 모든 민족들에게서 너희를 다시 모아들이실 것이다”(신명 30, 3)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통일을 간절히 바라고, 믿고, 기도하자! “기도”와 “기대”는 다르다. 기도는 나를 움직이게 하지만 기대는 타인을 향한다. 기도는 나를 변화시켜 길을 찾게 하지만 기대는 다른 이가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기도는 갈등을 줄여주지만 기대는 자칫 불화와 집착을 키우기 쉽다. 기도는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다. 미래를 향한 것이다. 모든 긍정적 가능성 앞에 자신을 활짝 열어두는 것, 신뢰로 가득한 마음이 기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