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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얼굴 두껍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23 02:01 게재일 2016-05-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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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식물국회, 쟁점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발목잡기 국회, 이념과 불신의 벽만 쌓은 국회,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란 게 실종됐던 국회, 막말논란으로 39건의 의원징계안이 제출됐지만 단 한 건도 의결하지 못한 부도덕 국회, `유종의 미`는커녕 유종의 추(醜)만 남긴 국회, 의리는 사라지고 분열과 배신만 남긴 국회, 특권 내려놓기는 없고 특권 더 갖기만 있었던 국회, “영구 없다! 국회 없다!”란 탄식만 남겼고, 국민의 염원을 철저히 거역했고, 일하면서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놀면서 싸운 국회란 오명을 남기면서 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일에는 배돌이, 먹는데는 묵돌이”란 경상도 속담이 있다. 할 일은 배배 돌면서 하지 않고 먹는데는 쇠파리처럼 달려드는 저질 인간을 험담하는 말이다.

국회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속담이다. 지난 19일 19대 마지막 국회가 열렸는데, 지각생이 너무 많아 개회시간을 늦춰야 했고, 본회의 표결때 의원 다수가 자리를 비웠고, 회의 끝나기도 전에 한정식집에 모여 술을 마셨고, `19대 국회의원 초청 만찬`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일찍 자리를 뜬 야당의원도 많았고, 경제를 살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도 제출된지 46개월만에 자동 폐기되는 등 1만188건이 휴지통에 던져졌다.

배배 돌면서 일은 하지 않고 `상시 청문회법`이라는 특권 하나를 더 먹은 19대국회였다. 복잡한 절차 없이 상임위가 행정부 공무원과 기업인들을 불러 족칠 수 있는 법이다. 국정감사·국정조사·인사청문회·특검 등 국회의 권세놀음에 상시청문회법이라는 권세를 더 챙겼다. 이득되는 일에는 여야가 없어서 상당수 여당 의원도 찬성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평소에도 행정부와 기업은 국회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였는데, 이제는 `호랑이 앞의 개`가 됐다. 두 야당은 양손에 떡을 쥐고 희색이 만면하다. 여당은 표정관리를 한다. 미국도 상시청문회제도가 있지만, 목적과 범위를 엄격히 명문화했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 청문회가 어떠했던가. 참 낯 두껍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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