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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만 한인 또는 조선족

등록일 2016-05-12 02:01 게재일 2016-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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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민호 서울대 교수·국문학과
우리 세상에 이제 외국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많다. 내가 경험해 본 사람만 해도 필리핀 사람, 중국 사람, 네팔 사람, 태국 사람, 일본 사람 등 다종다양으로 많다.

이중에 특히 우리 피를 나눠 가진 사람들도 있으니 그것이 북한에서 이탈해 온 사람들과 이른바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교포들이다.

이 조선족은 중국에서 한족을 제외한 소수민족들을 명명할 때 불리는 명칭일 텐데 이것이 그대로 한국 사람들도 사용하는 용어가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니, 이것은 우리 입장에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조선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에 걸쳐 한반도에서 만주로 이주해 간 우리 민족의 구성원들의 후예다. 그들은 가난과 굶주림을 피해, 또는 독립운동을 위해 이 땅을 떠나갔고 만주와 연해주 등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자 했다. 조선족은 바로 이들의 후예이며 두 세대, 세 세대만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국`사람들이다.

중국에서는 이 사람들을 가리켜 조선족이라 불러왔고 소수 민족 50 중에 가장 우수한 민족으로 쳐주기도 하면서 중국이라는 `세계국가`의 일원으로, 중화 `대민족`의 구성 부분으로 부지런히 동화시켜 나가는 중이다.

필자는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같은 세계국가들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나라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가 이들 나라와 원만한 관계를 맺어 나가야 하는 문제와는 별도로 심각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왜 티벳이나 위구르 사람들을 독립시켜 주지 않는가? 미국은 왜 그렇게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같은 곳을 일상적인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가? 러시아는 소비에트 체제가 포기된 이후에도 왜 여전히 제국주의적 정책을 청산하지 못하는가?

중국은 일종의 세계국가로서 자국 관할 아래 있는 모든 소수 및 주변 민족을 중국적 국가 질서 속에 편입시키려 하며 이를 제 민족 평등의 사회주의 국제주의의 이상으로 치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실현되고 있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중국 사회 안에서 작은 민족들이 얼마나 자기 삶의 연속성과 정체성을 지켜 나갈 수 있는가는 미지수다.

지금 중국이 겪어 나가고 있는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재만 한국인들, 그러니까 중국식으로 말해서 조선족들의 삶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듯하다. 교육과 경제에 밝은 경향이 이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데, 만주라는 고유의 삶의 터전을 떠나 베이징이다, 상하이다 하는 대도시로 이주해 가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중국 `대가족`내 소수 구성원으로서의 의식이 일층 강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자국의 입장에서 이 사람들을 조선족으로 명명하고 거대 중화국가 내부로 동화해 나가는 것은 그들의 논리에 따른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대로 이 사람들이 한민족의 일부이며 만주가 이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우리의 역사의 깊이를 간직한 지역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출발점은 이들을 조선족이라 부르지 않고 재만 한인으로 부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 사람이라는 국적성을 뜻하는 재만 한국인이 아니라 민족적 유래를 의미하는 재만 한인이라 한다면 중국과의 마찰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의 우리 동포들은 북한 사람들이고,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은 재미 한인이고,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은 재일 한국인이듯이 이제 만주의 우리 민족 구성원들은 재만 한인이라 불러보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 땅에 들어와 일을 할 때 제발 제값을 줄 수 있도록 하자. 그것이 우리 같이 역사와 피와 언어를 함께 나눈 사람들에 대한 우리들의 예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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