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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천지원전, 합의·안전 바탕 미래성장 동력돼야

이창훈기자
등록일 2016-04-28 02:01 게재일 2016-04-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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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2년 영덕을 1천500㎿급 신규원전 건설 예정지역으로 고시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이를 확정했다. 이에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지난해 11월 천지원전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투표자의 91.7%가 반대했다. 총 유권자의 32.5%만 참여해 법적 효력을 잃었지만, 원전 반대 정서를 드러냈다.

하지만, 건설의 논란속에서도 원전은 군으로 볼 때 여전히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부족한 세수확보를 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재정으로 인해 공무원 월급을 주기도 버거운 군 사정상 주민복지 업무를 비롯해 덩치가 큰 사업들을 잇따라 벌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놓칠 수 없다.

그러나 주민의 표를 먹고사는 자치단체장은 사정상 쉽사리 결정할 수도 없어 주민들을 비롯한 정부와 관련기관 등의 동향을 주시하며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덕의 천지원전 건설 추진상황과 원전가동시 기대효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본다.

한수원, `영덕발전 10대 제안` 중 4개 사업 용역발주… 복지·의료 등 사업발굴 TF도 가동

영덕 천지원전은 정부가 지난해 7월 올해부터 2029년까지 전력수요전망과 발전선비계획을 담은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하며 사업이 결정됐다. 정부 계획은 2029년까지 신규원전 2기(총 300만KW규모)를 건설한다는 것.

천지 1, 2호기 사업이 마무리되면 추가로 2기가 더 건설될 예정이어서 최대 4기의 신규원전이 들어설 전망이다. 한수원은 주민들 반대와 관련, 원전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신규원전이 들어서면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 고용창출 효과 등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난 총선전부터 원전반대론자들의 강한 입김속에 군은 현재까지도 예정구역 내 현장 재조사를 위한 토지출입을 불허하고 있는 등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군의회와의 갈등과 지난해 주민투표에서 드러난 원전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군의 입장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군이 정부를 상대로 원전반대 분위기를 잠재울 만한 지원을 이끌어내겠다는 속내를 비치고 있다. 군은 지난해 정부와 한수원이 발표한 `영덕발전을 위한 10대 제안사업` 중 5개사업에 대해 좀 더 구체화된 계획을 요구했다.

해당 사업은 △첨단 열복합단지 △친환경인증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휴양·힐링·교육 복합형 원자력연수원 △전문화된 지역의료시설 △직원과 주민을 위한 체육·문화 멀티플렉스 및 종합복지관 조성사업 등이다. 이같은 군의 조치에 발맞춰, 한수원은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외 4개사업에 대한 설계용역을 최근 전문기관에 모두 발주시켰다. 지역농수산물 판로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방사선융합기술원·경북도 등과 협의해 추진 중이다. 군은 또 지난달부터 부군수를 단장으로 한 `지역발전 사업발굴 TF`를 가동해 각종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TF에는 복지·의료·행정 및 문화·관광·건축, 농·수·임업, SOC 및 지역개발 등 4개 분야 담당급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발굴된 사업은 약 100건에 사업비만 2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다. 군은 좀 더 현실성 있게 다듬어 간다는 복안이다. 또 올 하반기에 완료될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지역발전 계획을 짤 예정이다.

하지만 이같은 군의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군과 군의회의 입장이 약간씩 차이가 나는 등 아직은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민 박모씨(47·영덕읍)는 “원전이 가동 중인 경주와 울진에서 보듯 정부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확실한 보장조치가 뒤따르는 등 주민을 위한 안전장치가 확보돼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기업 우선계약권·거주주민에 고용우대 혜택

원전이 들어서면 영덕은 지원금뿐만 아니라 고용혜택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호재다. 지역기업 우대제도에 따라 일정금액 이하의 공사, 용역, 구매계약시 주변 지역기업에 우선 계약권을 부여한다.

신규원전건설의 경우 원전 반경 5km 이내의 읍면동 지역에 거주한 주민들에게 고용우대 혜택이 돌아간다.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지정, 고시일을 포함해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본인은 10%, 자녀는 5%의 채용가점을 받도록 해 주변지역민들의 고용창출 기회를 확대했다. 아울러 지역주민 고용을 위해 선발인원의 20% 수준의 채용할당제를 비롯해 원전건설업체의 공사계약서에 지역인 고용을 반영하고 있어, 지역민 채용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실제 신고리 2건설소의 경우 한수원 및 협력회사 직원 1천453명 중 지역주민 채용이 842명으로 58%에 해당했다. 한울원전에 따르면, 한울원전에 근무하는 지역출신 직원들은 총 779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원 298명, 한전KPS 등 협력사 481명 등으로 한울원전 전체직원의 15%, 협력사는 20%를 차지할 만큼 지역출신비율이 높다. 요즘들어 청년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르는 만큼, 청년들과 취업을 앞둔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원전은 이곳이 아니더라도 국가적으로 어디에든지 들어서야 하므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실리를 취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주민들 중 상당수다.

영덕군의 한 학부모는 “사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든 요즘, 지역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생긴다 하니 반갑다. 하지만 여러 문제점들도 있는 만큼, 이 문제도 잘 짚어 국가와 군 모두 상생하는 선에서 해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4.13총선이 끝나면서 영덕 원전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원전이 건설되면 지역인재 채용, 세수증대로 인한 지역사업활발 등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 문제 등 단점도 있어 주민설득이 관건으로 작용되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 원전 전경과 본사 건물.
▲ 4.13총선이 끝나면서 영덕 원전건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원전이 건설되면 지역인재 채용, 세수증대로 인한 지역사업활발 등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 문제 등 단점도 있어 주민설득이 관건으로 작용되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 원전 전경과 본사 건물.

兆단위 지원금… 재정수입·정부지원 등 영덕경제 활기

신규원전 2기가 들어서면 건설시부터 운영기간 동안 총 1조5천여억원이 지원된다.

법정지원금은 유치지원금(380억원)과 특별지원금(1천141억원), 기본 및 사업자지원금(각각 3천696억원), 지역자원시설세(6천720억원) 등이다.

특히 올해부터 지역자원시설세율이 종전 kwh당 0.5원에서 1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영덕군 세수도움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군이 주민갈등 속에서도 원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재정수입과 정부지원사업의 매력 때문이다. 올해 군의 총 예산은 3천653억원이지만 순수 지방세수입은 111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순수 군비가 필요한 주민소득사업이나 지역개발사업 등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덕경제는 지난 수년간 고속도로, 철도 등 국가SOC사업으로 어느 정도 생기를 띠고 있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반면 울진의 경우 올해 예산이 영덕의 두 배 가까운 6천여억원으로 지난해 4천400여억원보다 무려 40% 가까이 증가했다. 예산증가의 직접적 이유는 신한울 원전건설 등으로 인한 세수증대다. 특히 원전건설로 인한 각종 정부지원금은 든든한 재정 곳간이 되고 있다. 또 신한울 원전건설에만 매일 수천명의 인력이 투입되는 등 울진의 경기는 영덕보다 확실히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영덕군 관계자는 “원전이 들어올 경우 군의 재정수입은 상당히 증가되는 등 살림살이가 나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과 정부, 군민 등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안을 도출, 국가와 지역이 동시에 사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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