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초강세지역인 대구에서는 친유승민계란 이유로 현역의원들이 낙천하면서 탈당 및 무소속 출마가 이어져 예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의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은 후보들이 모두 지역발전을 위한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각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걸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지조차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국민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정책공약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더욱 가슴답답한 것은 이들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정책공약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는 유권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짚다보니 20대 총선 후보등록을 이틀 앞둔 지난달 22일 지역언론인들의 모임인 한국지역언론인클럽(KLJC) 주최로 열린 여야3당 정책책임자 초청 토론회에서 들은 얘기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시군구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인 천만호 부산동래구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특위를 구성해 지방자치에 관련한 여러 권한을 일괄이양하는 법을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이나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정책공약단장이 여야가 대선때 공약했으나 지키지 못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재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것 등을 되짚은 뒤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강도높게 추진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국민의당 장병완 정책위의장 역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분권특위를 상설화하거나 지방소비세율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해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의장은 또 20대 총선이 시작되는 시점인데도 누구도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첨단산업단지 사업의 경우를 예를 들며 기업이 투자하도록 4~5만평 부지를 확보해 12개 지역을 선정했다는데, 지난 해 그린벨트를 해소한 곳은 광주지역 1군데 밖에 없고, 단지에 입주하겠다는 기업의 상담건수가 1건도 없는 것이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6년~ 2008년까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장이 근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였다. 장 의장은 지역균형발전에 관심이 많았던 노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정된 국가 예산을 다루는 기획예산처 장관이란 자리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는 사업이라 해도 무조건 예산을 집중투입할 수는 없어서 반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듣기에 불쾌하지 않게 그 이유를 조리있게 대는 것이 어려운데, 이 때 대통령에 따라 대처방식이 다르다는 얘기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이 특정 사업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면 얘기를 끝까지 묵묵히 들은 뒤 “철학에 관련된 부분인 만큼 최대한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는 스타일이었다 회고했다. 반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은 이런 경우 얘기를 들은 뒤 별다른 말을 않는 대신 `알아서 해오지 않았다`며 못마땅한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아대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이든 실효를 거두려면 대통령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 해답은 바로 관심이었다. 나라 정책이 제대로 펼쳐지려면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관심이 쏠려있어야 적극 추진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이 정책선거가 되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역시 총선에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의 관심에 달려있다. 민초들의 삶과 생활에 온기가 스며들 수 있는 건전한 정책공약을 누가 더 많이 내놓느냐를 보고 뽑아야 하고, 공약 실천여부를 꼼꼼히 지켜보고 약속을 어긴 정치인에게는 철퇴를 내려야 한다. 이런 정책선거가 펼쳐지는 건강한 총선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