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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갑질` 횡포도 만만찮네

손병현기자
등록일 2016-03-30 02:01 게재일 2016-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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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서 사무기기 등 각종 자재 납품 영세업자<BR>“단과대 총무·회계 담당자가 대가성 금품 요구”<BR>대학측과 당사자는 “그러한 일이 없다”며 부인
▲ 안동 모 대학에 사무기기 등 각종 자재를 납품한 A씨가 대가성 금품을 요구받는 등 각종 갑질 횡포를 겪었다고 털어놓으며 상실감에 빠져 있다. /손병현기자

“물건을 팔아 얼마 남기지도 못하는데 국가교육기관이 앞으로 계속해 거래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며 이런저런 대가성 금품을 요구한 `갑질`횡포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안동의 한 대학에 사무기기 등 각종 제품을 납품하는 지역 영세업체 대표 A씨(40)의 하소연이다.

28일 안동의 조그만 주점에서 만난 A씨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몇 분이 흐르자 A씨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는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간의 일들을 조목조목 털어놓았다.

A씨는 최근 안동의 한 대학 단과대에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300만원 상당의 사무기기 등 각종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 반년 이상 납품 거래를 하지 못했던 A씨는 이번 거래로 3살 난 아이와 아내에게 작으나마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거래 성사로 얻은 A씨의 작은 희망은 돌연 수년간 운영해왔던 사업체를 그만둬야겠다는 상실감으로 이어졌다. 그 이유는 납품계약을 체결한 단과대의 총무·회계 담당자 B씨가 납품 거래를 빌미로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초 기기 납품을 하게 된 A씨는 그날 저녁부터 담당자 B씨로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투의 전화와 SNS 문자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오늘 스피커 외 5종의 조달 구입을 요청했다`는 SNS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대뜸 전화를 걸어와 “집에서 김장을 하려는데 김치냉장고가 고장이 나 서비스를 요청하니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다음날 다시 SNS 문자메시지를 통해 신형 김치냉장고 모델명이 담긴 사진을 보내왔다.

A씨는 “당시 B씨의 행동을 전형적인 갑의 대가성 금품 요구로 받아들였으며 비굴한 처지에 대한 회의감과 자괴감을 느꼈다”고 돌이켜봤다.

이에 대해 B씨는 “어디서 누가,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런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대학 관계자도 “요즘에 그런 일이 어디 있느냐. 우리 대학은 아닐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동/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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