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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의 증거

등록일 2016-02-19 02:01 게재일 2016-02-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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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을선언하는 등 강경대응키로 한 데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급기야 지난 16일에는 대통령이 직접 국회연설을 통해 정부의 대북·외교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설에서 “북한 정권이 핵으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이대로 변화없이 시간이 흘러간다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이고, 우리는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대북 강경대응을 결정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여야정치권의 반응은 으레 그렇듯 긍정과 부정의 반응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북핵 문제에 대한 결연한 대응”이라는 칭찬일색의 논평을 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용 겁박”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논란의 정점은 박 대통령의 연설이 있은 다음 날인 17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 관련, “북한의 4차 핵실험에서부터 개성공단 폐쇄에 이르기까지 대통령과 정부 부처의 갈팡질팡하는 대응을 보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도운 청와대 비서진과 국내외적 논란만 유발시킨 통일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개성공단 중단조치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전면적 무력충돌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거한 것”이라며 “`통일대박`을 외치다가 돌연 국민에게 `분단쪽박`을 남기는 것”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가슴 답답함을 느낀 것이 나 혼자만은 아닐듯 싶다.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에게 대외정책기조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바로 그 다음날, 같은 자리에 서서 “`통일 대박` 아닌 `분단쪽박 `”이라고 직격탄을 날려대는 정치풍토가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협조를 당부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퍼렇게 날선 비판의 칼날을 날리는 것이 야당 정치인으로서 선명성을 드러낼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찾아 북핵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국가존립과 안위에 관한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한 것을 일방적으로 폄하한 것은 총선을 앞둔 야당 입장에서도 손실일 뿐이다. 아무리 국정운영을 비판·견제할 책무가 있는 야당이라해도 긍정할 것은 긍정하고, 비판할 것을 비판하는 자세가 옳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어 정권을 쟁취해야 할 야당이 불통(不通)의 늪에 빠져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야당의 고질이라면 소통노력이 없는 `불통의 문화`가 현 정부·여당의 병폐다. 예전 3김시대에도 가동됐던 `야당과의 대화채널`이 현재의 박근혜 정부에서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많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기반인 새누리당 인사들과도 그리 긴밀한 소통을 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을 가리켜 `배신의 정치`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전에 한번이라도 유 의원을 불러 논란이 된 `증세없는 복지`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협조를 당부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유 의원도 그리 날카롭게 각을 세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끼리 소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사람의 생각이나 신념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방이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일을 하는지 알게된다. 그렇게만 돼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우호적으로 바뀐다. 불통(不通)의 증거가 소통을 불러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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