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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보호하려다 사람 잡을판

김두한기자
등록일 2015-12-28 02:01 게재일 2015-12-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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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군, 여론 수렴 않고 스파크 타이어 성급한 단속… “탁상행정” 빈축
▲ 울릉도는 제설작업을 하더라도 순식간에 눈이 쌓이고 경사가 심해 스파크타이어를 장착하지 않고는 차량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다. /김두한 기자

【울릉】 울릉도와 울릉군의회가 스파크 타이어 사용과 관련해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을 펼쳐 주민들의 분노를 샀다.

울릉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다설지(多雪地)로 평지가 거의 없는 경사지 도로가 즐비해 겨울철에는 강력한 월동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는 차량 운행이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모 울릉군의원이 군정질문에 나서 스파크 타이어 사용 제한을 주장했고, 이와 관련 담당 공무원이 당장 단속하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모 군의원은 울릉군의회 214회 정례회 군정 질의에서 울릉도 도로 실정을 무시한 채 겨울철 스파크 타이어 사용제한을 위한 방안 마련과 함께 우선 관용차량 시범실시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에 대해 울릉군 담당과장은 “겨울철 차량 통행에 따른 불편 최소화를 위해 제설 차 5대 구입 신속하게 제설을 했고 급경사 구간에도 모래더미를 117개소, 결빙 구간 해수물탱크 25개소를 설치 물 뿌린 작업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주 간선도로인 일주도로는 일반 차량은 스노타이어 또는 체인으로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운행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담당 공무원의 답변 다음날, 울릉군은 곧바로 스파크 타이어 단속 현수막을 게제했다. 여기다 울릉군은 단속 현수막을 울릉경찰서와 협의 없이 `공동으로 단속한다`고 발표했고 경찰측은 발끈했다.

울릉경찰서 관계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주민이 불편한 사항에 대해 깊은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행정을 집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주민들은 “울릉군 담당 과장과 군의원은 울릉도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울릉도에는 제설하고 돌아서면 수십 cm의 눈이 쌓여 제설 대책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 상식 조차 모른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일주도로가 제설됐다 하더라도 진입하는 도로는 제설하기 어렵다” 며 “스노타이어는 평지 눈길, 빙판, 저 경사에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만, 울릉도처럼 경사가 심하고 눈이 많이 쌓이는 도로에서는 제어 시 차량이 미끄러지기 일쑤이기 때문에 울릉도 실정에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울릉주민 K모(60·울릉읍)씨는 “도로가 파손된다고 스파크 타이어는 단속하고, 스파크 타이어 보다 도로 파손이 더 심각한 체인은 방치한다는 것은 황당하다”면서 “도로 파손은 고치면 되지만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며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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