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메리칸 튀김`<BR>올해초 양덕·이동점 오픈<BR>40~50대 중년층 향수 자극
80년대 포항에서 꽤 유명했던 추억의 맛 `아메리칸 튀김(일명 똥튀김)`이 최근 `원조 아메리칸 튀김`으로 부활해 중년층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일명 `똥튀김`은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현재 40~50대의 중년층들이라면 `잊지 못할` 향수의 먹거리다. 1980년 대 중반, 지금처럼 휴대전화가 보급되지 않아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포항 시내의 국민은행 사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노점상에는 학생들로 늘 만원이었다.
고기와 밀가루를 섞은 반죽을 기름에 튀겨낸 이 튀김을 맛보기 위해서다. 다소 부담스런 이름은 기름에 튀겨 나온 모양이 마치 변처럼 생겼다고 해서 학생들이 붙여준 이름.
기름에서 갓 건져낸 튀김의 맛은 그중 으뜸. 갓 건져 올린 튀김을 차지하기 위해 학생들간의 불꽃 튀는 눈싸움을 벌이기지도 했고, 주먹다툼까지 가는 헤프닝도 종종 벌어졌다. 향기롭지 못한 이름이지만 최고의 맛을 차지하기 위한 당시 학생들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1986년부터 국민은행 앞을 늘 지켜왔던 노점상이 몇해 전 갑자기 사라졌다. 2012년 노점상 주인 김창수씨가 수십년 간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무리한 탓에 양쪽 어깨 인대가 끊어져 튀김 만드는 일을 그만두게 된 것. 이후 서울에서 대수술을 받은 김씨는 재활과 함께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영업을 하던 어느 날, 우연히 탑승한 손님인 최동진(`원조 아메리칸튀김` 이사)씨가 김 사장을 한 눈에 알아봤고, 튀김과 관련한 추억의 이야기를 풀어갔다.
김 씨와 헤어진 최 씨는 그날 밤 `아메리칸 튀김이 잊혀지기에는 포항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추억이 담겨져 있는 음식`이라며 곱씹었고, 다음날 아메리칸 튀김을 다시 만들자고 제안, 김씨는 승낙했다. 이후 박래헌 원조 아메리칸 튀김 대표를 만나, 비법을 전수해 올해 초 포항 양덕점과 이동점을 오픈하게 됐다.
양덕점 오픈식에서는 김 씨를 본 한 주부가 학창시절의 추억과 맛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한다. 시간을 거스르는 추억이 베인 아메리칸 튀김은 단순한 튀김이 아닌 것이다.
새로 탄생한 `원조 아메리칸 튀김`은 옛 맛을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튀김을 씹으면 오묘한 맛이 퍼진다. 고기와 채소를 섞어 만든 아메리칸 튀김은 일반 어묵과는 차원이 다르다. 여기다 초고추장으로 만든 특제 소스에 찍으면 최고의 맛이 입속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원조 아메리칸 튀김 김창수 이사는 “체력이 될 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날까지 아메리칸튀김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kt@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