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군위 개소
경북도가 새로운 문화상품 및 관광자원을 조성해 문화융성사업 시대를 주도하고자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도는 최근 군위읍에 소재한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 및 사라온이야기마을에서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都監所) 개소식을 했다. 도감소는 판각, 인출 등 목판사업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작업과정 공개로 지역 문화·관광 상품화를 추진하고자 군위읍에 있는 조선시대 생활상 재현·체험 시설인 `사라온 이야기마을` 안에 도감소 공방(工房)인 판각소(板刻所)와 간역소(刊役所)를 설치하고 운영하게 된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의미와 기록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관광자원화는 물론 문화융성시대를 선도하려는 경북도의 강한 의지 등을 살펴본다.
2017년까지 조선 초·중기 판본, 교정본 등 각 1세트씩 판각
佛 노벨상 작가 르 클레지오 자문위원, 불어로 번역 작업도
□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
경북도는 지난 27일 삼국유사 목판(木板)사업 추진위원과 자문위원, 관계기관·단체장 또는 지역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都監所) 개소식을 성황리에 마쳤다.개소식은 삼국유사교육문화회관에서 신라처용무보존회의 처용무 공연을 시작으로 삼국유사 목판사업 추진경과보고, 홍보 영상 상영, 프랑스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특별자문위원 위촉식, 주요 내빈 인사말, 르 클레지오 특별강연에 이어 도감소 공방으로 자리를 옮겨 기념식수, 도감소 현판 제막식, 판각시연 관람, 인출 체험의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은 한국의 문화, 민속, 종교, 신화에 관심이 많은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작가로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어권 작가`라는 칭호를 얻은 세계적인 문학가 르 클레지오(75)가 김관용 경북도지사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으며, 삼국유사에 대한 특별 강연으로 많은 청중으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 500년 만에 삼국유사 목판 복원
500여년이 지난 2014년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계획하고 2017년까지 삼국유사의 조선 초기 판본과 조선 중기 판본,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목판으로 복원하기로 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왜 경북도는 삼국유사를 복원하는 것일까? 일연 스님의 고향이자 주요 활동 지역이 경상도이기도 하겠지만, 대한민국 국보 제30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다면 목판 복원 사업에 대한 의미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경북도의 시대적 사명이자 숙명
삼국유사는 민족의 보전(寶典)이자 역사의 보고(寶庫)로 평가받고 있지만 13여 종의 판본만 남아있을 뿐 목판본은 전해지지 않는다. 이에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도는 경상도 개도 700년과 신도청 시대를 기념하고자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문화융성 시대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경북도와 군위군이 주최하며,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현존하는 삼국유사의 판본을 모델로 2017년까지 연도별로 조선 중기 판본과 조선 초기 판본, 그리고 이를 집대성한 경북도 교정본을 각각 1세트씩 목판으로 판각해 전통 방식으로 인출하는 사업이다. 인출된 책자는 대학, 도서관, 연구기관 등에 보급해 삼국유사의 이해와 고대사 연구의 기초자료로 제공된다.
□ 문화융성을 위한 거보(巨步)
경북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위해 지난해 TF팀을 구성, 국비 확보와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업추진의 당위성을 마련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고 전문가를 추진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도청 강당에서 출범식을 가져 본격적인 사업 추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또 판본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지난 3개월간 10여차례 자문위원회를 열어 고증작업을 거쳤으며 서울대 규장각본(국보 제306-2호)의 실측을 토대로 목판 원형을 설계하는 등 보다 완벽한 목판 제작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 6월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국의 각수를 공개 모집해 서류전형과 기술평가를 거쳐 전국의 내로라하는 7명의 각수를 선발했다.
□ 기록문화유산으로 문화융성 시대 개막
이제 삼국유사 조선중기본 목판 복원은 2016년 2월말 완료를 목표로 판각사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경북도는 삼국유사의 판본을 단순히 목판으로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공정을 거치고자 홈페이지를 구축해 추진의 전 과정을 공개하고 이를 영상기록으로 남긴다. 또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좀 더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일반인이 더욱 친숙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삼국유사 관련자료 전시와 판각·인출·제책 과정을 직접 관람할 수 있는 삼국유사 목판 도감소를 설치 운영한다. 도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복원하고 기록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한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고자 큰 걸음을 내딛고 있다.
□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2012년부터 김관용 경북지사와 인연을 맺은 200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대표 작가 르 클레지오는 이날 `삼국유사 목판사업 도감소 개소식`에 참석, 삼국유사 목판사업 특별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도지사로부터 위촉패를 수여받고 특별강연을 했다. 르 클레지오는 특강에서 “삼국유사는 여러 사람에게 영감을 준다. 삼국유사의 긴 역사를 생각해 보면 지금 이 순간은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며 “김지사도 말했지만, 우리는 역사의 가치와 삼국유사의 정수에 놓여 있는 인류의 정신을 미래세대에 전달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삼국유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귀중한 유산으로 후대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보존하며 지켜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1980년에 처음 영문으로 된 삼국유사를 접한 이후 흥미가 있게 되었으며 영어로만 번역된 삼국유사를 더 많은 나라에 알리고자 현재 시인 장 그로장(Jean Grosjean)과 함께 프랑스어 번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도 했다. 특히 그는 “오늘 도감소 공방을 방문해 판각과정을 직접 보고 인출체험도 해보니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2017년에 삼국유사 목판사업이 완료되면 꼭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그리고 유네스코 등재에도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경북도의 문화융성 비전
김관용 경북지사는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단순히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한민족의 목판인쇄 전통기록 문화를 복원하는 것이다. 목판의 중요성과 삼국유사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함은 물론 문화융성의 시대에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김 지사는 “도감소 공방은 목판사업의 핵심인 판각·인출의 작업공간을 조선시대의 작업환경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일반 관광객들이 언제나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개 운영한다”며 “앞으로 삼국유사의 고장인 군위에 의미 있고 특색있는 지역의 소중한 문화·관광 상품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르 클레지오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 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삼국유사` 등 한국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번 `삼국유사 목판사업`의 특별자문위원으로 모셨다. 아무래도 경북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삼국유사 목판사업 등 우리 전통문화 유산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데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인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