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시대에는 지켜야할 율법이 무려 613가지나 있었습니다. 오늘날 발전된 사회에서 각 나라가 만든 수많은 법보다는 턱없이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백성들의 생활을 규제하기에는 충분히 많은 수의 법규들입니다. 그리고 율법의 준수만이 충실한 백성의 판단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러한 생각은 그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무게의 족쇄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가식적인 행동들과 바른 정신이 결여된 맹목적인 율법주의로 변질되기도 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의 조목들에 매여 있는 그들에게 율법 문구 안에 매여 있지 말고 그 율법의 근본정신 속에서 율법을 보고 실천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온 율법과 예언서들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있다.” 이 말씀은 사랑의 계명이 모든 계명을 대표하는 계명이 아니라 모든 계명의 근본이며 그 정신이라는 말씀입니다.
사랑을 빼고서는 그 수많은 율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율법들은 하느님과 인간들의 관계를 정리해 주는 규정들이며, 하느님 백성으로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 주는 이정표입니다. 그 규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데 사랑은 없어서는 안 될 열쇠와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사랑이 가장 중요한 계명일 뿐만 아니라 모든 율법의 근본정신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은 꼭 지켜야 할 명령`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좁은 생각입니다. 사랑은 결코 강제로 실행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랑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의지로 이타적인 판단과 감정과 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사랑의 계명을 실천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령을 실천하는 것을 넘어 `자유의지로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사랑의 실천 속에 명령이라는 계명의 흔적이 녹아 없어져 버릴 때 사랑의 계명은 가장 잘 실천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