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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2년여 동분서주…구미시민의 발 자리매김

김락현기자
등록일 2015-10-09 02:01 게재일 2015-10-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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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청 개청 37년만에 시내버스노선 전면 개편
▲ 구미시 교통행정과 대중교통계 직원들이 버스노선 안내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br /><br />/구미시 제공
▲ 구미시 교통행정과 대중교통계 직원들이 버스노선 안내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구미시 제공

구미시가 지난 8월 31일 개청 37년만에 처음으로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전면 개편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시행 초기 시민들의 불편이 다소 있을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큰 불편 없이 노선체계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예상보다 빨리 시내버스 노선체계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담당공무원들이 2년여 간의 준비기간 동안 흘린 피땀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통행정과 대중교통계 직원들은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을 준비했던 2년여 동안 인사이동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담당자가 바뀌면 그동안 준비했던 일들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기 때문이다.교통계 직원 한달 버스비 20만원 쓰며 자료 수집

운수업체 설득·권역별 공청회·보고회 등 구슬땀

쉬운 버스번호 홍보 주력…개편 한달만에 연착륙

□“잘해야 본전” VS “본전이라도 건지자”

2013년 구미시가 처음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전면 개편을 계획할 때 내부에서도 “잘해야 본전인 사업을 왜 하느냐”는 식의 회의적인 목소리가 상당했다.

하지만 남유진 구미시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역민들의 시내버스 개선 요구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 시장은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자신의 임기 동안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지금이 아니면 다음에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교통행정과장을 비롯한 담당공무원들을 불러 시내버스 노선체계를 전면 개편에 대한 용역 작업을 지시하면서 “잘해야 본전이라고들 하지만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더 이상 이 사업을 미룰 수 없는 만큼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했다.

구미시 개청 37년만의 시내버스 노선체계 전면개편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본전이라도 건지자”라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다.

□공무원들 하루가 멀다 하고 버스운수업체 찾아

구미시는 그전에도 시내버스 노선 개편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버스운수업체의 이해관계와 지리적 특성 등으로 번번히 실패했었다.

이에 시는 그동안 노선개편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직접 파악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계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버스운수업체를 직접 찾아가 그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시내버스 노선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그동안 버스운수업체들의 수익성 문제가 노선개편 사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시는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버스노선 변경은 어렵다는 버스운수업체측에 대응할 논리가 필요했다.

대중교통계 직원들은 이때부터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직접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권역별, 시간대별 문제점과 이러한 요소들의 상호관계를 연구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시간대별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대중교통계 직원들은 각자 버스요금만 한 달 평균 20여만원을 썼다. 담당직원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이용자 수요, 차고지, 버스운행여건(도로의 물리적 여건), 운행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마련됐다.

구미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버스운수업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일부 노선에서는 개편되면 수익성을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시의 집요한(?) 설득 끝에 버스운수업체들도 일부 노선의 손실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는 수준에서 노선개편에 동참하기로 했다.

□알기 쉬운 번호체계 탄생

37년 동안 시내버스 노선이 개편되지 못하면서 하나의 버스 번호에 여러 개의 노선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실제 13번과 14번 버스는 각각 11개와 8개의 노선이 운행되면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신시가지와 공단 등이 새로이 생겨나면서 노선 추가로 생겨난 문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직접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하고 시청 및 버스정보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또 해당 노선의 버스운전기사들의 의견도 적극 수렴했다.

시민들과 운전기사들의 의견을 받아 본 결과 구미시만의 지형적 특징과도 연관이 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구미시는 시내권과 선산, 인동, 공단 등으로 권역이 나뉘어 있는데다 이들 권역들이 서로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대부분의 시내버스들이 구미역에 집중되어 있고, 외곽지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의 운행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점, 차고지와 멀리 떨어진 지역의 경우 첫차와 막차 시간 조정 등의 어려운 점 등이 권역별 노선을 연결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이에 구미시는 권역별로 공청회를 개최하고, 구미시, 구미경찰서, 운수업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교통대책위원회 보고, 운수업체 토론회, 구미시 내부 보고 등 약 15회 이상의 보고회를 개최해 문제점 해결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금의 지선, 간선체계와 권역별로 구분되는 쉬운 버스번호가 탄생하게 됐다.

□최대한 혼선을 줄여라

2년여의 노력으로 새로운 버스노선 체계가 마련되었지만, 바뀌는 노선체계를 어떻게 시민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문제였다.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역점을 두고 2달여 동안 준비했다. 우선 노선개편 시민·공무원 사전점검단을 운영하고, 개편 시행에 앞서 문제점을 최종 점검했다. 또 노선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노선안내책자, 변경되는 주요 노선 확인하기 위한 팸플렛, 노선개편시행을 알리는 전단지, 노선 운행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시간표를 제작해 배포하고, 노선개편 안내내용을 시내버스 차내 방송으로 송출했다. 특히, 시행 첫 날인 8월31일에는 전 공무원들이 출근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퇴근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구미 전역 버스정류장에 나가 바뀐 버스노선을 시민들에게 안내했다. 이밖에도 시청 회의실에 종합상황실을 만들어 운영하고, 제2기 시민행복추진단으로 하여금 출·퇴근시간대 4회에 걸쳐 도심 주요 승강장에서 노선개편 전반적 사항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시 개청 37년만에 전면개편된 시내버스 노선은 큰 혼란 없이 빠른 시일에 정착될 수 있었다.

인터뷰 남유진 구미시장

“전직원과 함께 시민행복 위해 노력”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그동안 시내버스 노선개편과 관련해 해당 공무원들의 공로를 먼저 이야기했다.

남 시장은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을 위해 담당 직원들이 얼마나 긴 시간 고생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우선 주말도 없이 밤 11시가 넘어서까지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해준 담당 직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남유진 시장은 버스노선 전면 개편을 두고 사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남 시장은 “그동안 아무도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하지 않았던 것은 속칭 `잘해야 본전`이였기 때문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시민들의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도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하지만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시내버스 노선을 개편해 달라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실 버스노선 개편을 위해 구미 부시장 시절 전문업체에 용역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환승제도가 없어 노선을 개편할 경우 시민들이 몇 번을 갈아타면서 요금을 최대 5천원 이상 내야하는 경우가 생겨 노선개편을 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은 환승제도도 있으니 지금이 아니면 노선개편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원들과 함께 `본전이라도 거두자`라는 마음으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 시장은 이 사업을 위해서는 담당 직원들에게 많은 양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노선체계 개편을 위해서는 버스운수업체들의 도움이 꼭 필요했지만, 정작 업체들은 “노선개편을 한다고 하다가 담당공무원이 바뀌면 또 아무일 없다는 식으로 일이 끝나겠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이러한 인식부터 바꿔야 했다. 그러다 보니 담당 부서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최소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남 시장은 “이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될 때까지 직원들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인 만큼 이해해 달라고는 했지만 마음 한켠으론 미안했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담당직원들과 식사하며 소통하는 자리를 만드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지금 여러분이 아니면 시내버스 노선 개편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다. 지금은 비록 힘들지만 공무원으로서 시민들을 위해 내가 이런 노력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남 시장은 “아직 직원들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시민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은 구미시 공무원 정말 존경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며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앞으로 시민들을 위해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는다. 앞으로도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구미시 공무원과 함께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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